2인의 영성 거장과 함께하는 ‘주님과 동행하는 삶’

입력 2016-05-27 04:00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예수와 동행하며 걷는 길과 같다. 길 위에 나 홀로 서 있을 때에도 그 분은 나와 함께하신다. 국민일보DB
주님과 동행하는 삶은, 그리스도인의 특권이다. 주님과 함께 걷고 인격적으로 만나며 누리는 풍성한 기쁨과 평안이야말로 피조물인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다. '나를 따르라'고 하셨던 예수님은 십자가 고통을 이기고 부활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내 안에 거하라'고 말씀하셨다. 이를 잊고 오늘도 세상 사람과 다를 바 없이 나 혼자 힘으로 살아보겠다고 안달하는 우리의 모습을, 예수님은 안쓰럽게 바라보고 계실 것이다. 주님과 온전히 하나 되려고 노력하면서 끊임없이 그분의 뜻과 나의 욕심을 분별하며 사는 삶은 전혀 불가능한 것일까.

예수님을 깊이 경험하라/앤드류 머레이 지음/서하나 옮김/브니엘

저자는 19세기 남아프리카의 성자이자 ‘기도와 성령의 사람’으로 불렸던 목사다. 그가 남긴 글들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신앙의 요소들을 세밀하면서도 담백하게 조명한다. 이 책은 특히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하지만, 예수와 교제하는 기쁨을 모르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 안에 거하여 나를 깊이 경험하라는 말씀의 의미와 그 안에 약속된 복된 경험을 알지 못한 채 예수님을 열심히 따른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두려워할 만한 일이다.…그들은 그분과의 연합이 얼마나 친밀한 것인지, 그 사귐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고자 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예수님 안에 거하기 위해 따라야 할 길을 다양하게 비춰낸다. 날마다 새롭게 믿음으로, 때론 영혼의 잠잠함을 추구하며, 그의 계명에 순종하는 길을 통해 주 안에 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예수를 구주로 믿는다고 고백한 뒤 자신의 믿음이 녹슬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고 주문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믿음은 영적인 삶의 시작에서 본질적인 것일 뿐 아니라 그 성숙의 과정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예수님 안에서 거하는 것은 오직 믿음으로만 가능하다.”

예수를 나의 구주로 믿는다는 단 한 번의 고백으로 의롭다 칭함을 얻는 데 안주하지 말고 믿음을 꾸준히 점검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믿음은 사람의 마음속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흘러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예수님과의 관계 속에서 날마다 끊임없이 해야 할 제자의 한 가지 의무는 ‘믿는 것’뿐”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선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만으로 충분치 않다. 매일 예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주님이 주시는 권능 안에 거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분별력/헨리 나우웬 지음/이은진 옮김/포이에마

‘영성의 대가’로 불리는 저자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추구하며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대에서 신학과 심리학을 가르친 학자였다. 평생 일기를 쓰면서 성령을 따라 옛사람을 버리고 새사람으로 살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의 사후에 출간된 영성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삶의 고비뿐 아니라 일상의 순간에서 마주하는 ‘분별’이 필요한 순간과 소명에 관련된 미발표 원고들만 따로 추렸다.

그는 분별을 “일상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하시는지 아는 영적 통찰이자 경험 지식”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각자의 소명과 공동의 사명을 이룰 수 있도록 주님께 합당하게 살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방향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영성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분별은 세상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동원되는 판단 작업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분별에 힘쓰며 살아야 할까. 저자는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삶 속에 드러나는 독특한 방식을 깨닫고 ‘받아들이고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선행조건은, 항상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주님과 동행하며 사는 것이다.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로 표현되는 책 읽기를 통해, 때론 자연 속에서, 또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대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역시 분별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하나님이 부르신 나의 길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바로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인지, 아니면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가기 위해 기다려야 할지, 매 순간 답을 구한다.

영성의 대가였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무수한 질문 앞에 똑같이 섰고, 치열하게 나름의 방법으로 자기만의 길을 찾아냈다. 그의 길이 꼭 나의 길과 같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나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참고가 될 듯하다.

저자는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중요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하는 독서가 아니라 우리를 ‘읽으시도록’ 하나님께 우리 자신을 내어드리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갈망에 반응하는 경건한 독서 활동”이라고 렉시오 디비나를 정의했다. 그렇게 렉시오 디비나로 이 책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