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학교 윤신일 총장 “기독교 정신과 미래학문을 융합한 영성 강한 인재 필요”

입력 2016-05-26 21:00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용인 강남대 본관. 1980년대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교사에서 이전 후 건축한 상징적 건물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초교파 신학교인 중앙신학교는 창립 29주년을 맞아 성동구 대치동 1만3223㎡(4000평) 대지위에 새 교사를 마련하고 14일 준공식을 가졌다. 1947년 초교파로 신학교육에 앞장섰던 중앙신학교는 한국 최초로 사회사업과를 도입하여 많은 사회사업가를 배출하기도 했는데 새 교사 마련을 계기로 신학대학에서 특수교육교사 양성소 및 사회사업대학으로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중앙신학교’는 지금의 경기도 용인 강남대학교(총장 윤신일)이다. 위 내용은 1974년 9월 17일자 한 종합일간지의 보도 기사다. ‘중앙신학교 탈바꿈 사회사업대로 모색’이 기사 제목이다.

지난주 그 강남대를 찾았다. 경기도 용인시 구갈동에 자리한 6000여명 재학생을 안은 수도권 미션스쿨이자 신학교육의 명문이다. 위 기사에서 언급된 대치동 교사에선 90년 이전했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지금의 강남구 대치동은 성동구에서 분구됐다. 강남대학 명칭 유래다.

60대 이상 크리스천 리더들은 강남대의 역사를 잘 안다. 중앙신학교를 거쳐간 목사 이호빈 변성옥 이호운 이환신 김우현 그리고 함석헌 선생, 정일형 안병무 박사, 작곡가 박재훈, 시인 황금찬 등이 이 대학 신학교육을 이끈 교계 지도자들이기 때문이다.

설립자 우원 이호빈은 일제강점기 민족의 설움을 예수 정신으로 달랜 사람이다. 공산주의가 싫어 월남해 신앙동지들과 함께 서울 종로2가 YMCA, 세운상가 등으로 교사를 이전하며 기독교 인재를 양성했다. 독일 신학박사로 한국 신학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던 민중신학자 안병무, 부산 피난 시절 신학교를 이끌었던 기독교 사회운동가 함석헌 등이 이 학교의 자랑이다.

평신도 신학을 강조한 강남대는 늘 예언자적 자세로 교육의 미래를 내다봤다. 그 사례가 국내 첫 사회사업과 도입(1954년)이다. 우리나라 사회복지학의 전문성은 이 학교로부터 비롯됐다. 고난도 따랐다. ‘사회사업’이라는 단어를 공산주의식 분배로 오해한 권력이 이러저런 이유를 들어 폐교 조치를 하기도 했다.

강남대는 70년 중앙신학교 출신 심전 윤도한 장로에 의해 제2 창학됐다. 우원의 정신을 계승한 심전은 산업시대에 걸맞는 기독교 인재 양성을 목표로 종합대학을 추진해 오늘에 이르렀다. 토지공개념에 밝았던 심전은 국내 대학 최초로 부동산학과를 설립했다. 따라서 강남대는 신학, 사회복지학, 유아교육, 부동산학에 관한한 명문이다. 동문 역시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 윤신일 총장은 아버지 심전의 기독교 교육철학을 이어 받았다. 강남대 대학교회 새벽기도를 놓치지 않는 윤 총장이다. “이제 강남대는 세계 선교를 향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강소대학”이라는 그를 만났다.

-우원과 심전은 어떤 분입니까.

"우원은 평신도 교육과 자주·자립하는 자비량 선교를 강조한 분입니다. 삶의 현장에서 복음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평신도 신학 교육을 통해 한국 교회와 기독교를 갱신하고자 했습니다. 연합의 정신을 살리자는 초교파의 신학을 주창하셨습니다. 심전은 그의 스승인 우원의 간곡한 권유로 그의 정신을 계승받아 학교를 떠맡았습니다. 중앙신학교를 졸업하고 69년부터 학교 경영에 참여하시다가 72년 학교운영 주체 강남학원을 설립하신 후 40여년간 헌신하셨습니다."

-두 분이 지키고자 했던 기독교 창학 이념을 실천하기가 날로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대내외적 환경이 기독교 대학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신론과 이성주의, 과학만능주의 사조와 정부의 대학평가 지표 시행에 따른 어려움으로 자기 정체성 확보가 어렵죠. 그러함에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채플과 기독교 교육입니다. '나눔' 교육을 실시해 창학의 절대 가치인 기독교 신앙과 그 전통을 지켜야죠. 작고한 두 분의 '명령'이기도 하고요."

-종합대학이 된 후 학부 신학과와 실천신학대학원 등에서 기독교 리더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신학과를 내년부터 기독교학과로 개명하려고 합니다. 기독교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반액 장학금'을 지급, 물질에 대한 근심 없이 학문과 신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더불어 신학생에게도 복수전공을 의무화해 실천적 기독교 융합 전문가를 양성하려 합니다. 또 내년에 입학하는 모든 신학도는 영성 훈련과 경천애인 정신 함양, 영성형성 과정 이수 등을 필수화해 졸업 후 목회 현장은 물론 일반 조직 안에서도 영성을 갖춘 리더가 되게 할 겁니다."

-수도권 중앙에 위치해 기독교 사학 명문으로 도약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어느 분야를 특성화하고 있는지요.

"강남대는 사회복지·유아 교육의 선두주자로 기독교 가치를 사회 깊숙이 뿌리박게 했습니다. 앞으로도 복지 영역을 기반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예술 등 모든 학문 분야가 융합해 미래 산업과 초고령사회를 견인해나갈 전문인력 양성 교육을 특성화해나갈 겁니다. 이를 위해 전면적인 학사구조 개편을 단행, 복지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했습니다. 2017학년도부터 개설되는 복지융합인재학부는 유니버설비주얼디자인, 스포츠복지, 미술문화복지의 새로운 3개 전공으로 이루어집니다. 실버산업학과는 고령사회 신산업 수요 맞춤형 프로그램을 구체화해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공과대학은 ICT건설복지융합대학으로 개편되면서 소프트웨어응용학부, IOT전자공학과, 산업데이터사이언스학부를 신설했습니다."

-윤 총장께서는 정보통신 전문가로서 사회 변화와 교육환경 변화를 누구보다 잘 예측할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AI) 등에 따른 미래사회에 대해 대학의 대응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10년 뒤에 현재 직업의 47%가 없어진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창의성과 감성 및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직무능력 중심의 교육체계 개선, 평생학습 인센티브 강화, 공공-민간의 협업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필요하죠. 단 하나님 창조 정신으로요."

-하나님과 대면 시간에 무엇을 간구하십니까.

"공동체의 머리 역할을 하는 대학교회를 위해 먼저 기도하게 됩니다. 구성원들을 동역자로 삼아달라고 중보기도하고요. 또 장로의 직분을 주셨으니 경건에 힘써야죠. 매일 새벽 큐티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세상을 섬기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기도 제목입니다."

-한국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이 옅어지면서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혜를 부탁드립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고, 끊임없이 타자를 위한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세상에서는 비아냥거림을 들을지라도 하늘 상급이 큽니다."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나 찬송이 있으시죠.

"빌립보서 4장 13절 말씀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와 찬송가 364장 '내 기도하는 그 시간'을 좋아합니다. 저는 모태신앙으로 부모님의 기도를 받으면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오직 믿음(믿을 信, 한 一)이라고 지으셨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붙드시고, 강남대학교를 붙드시고 일하고 계심을 확신합니다. 기독교 교육가의 덕목은 '교회'와 '학교'입니다. 선대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대담=전정희 종교국 부국장

윤신일 총장=△고려대 통계학△미 유니버시티 오브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영과학·미시시피 스테이트 유니버시티 경영정보학△공생복지재단 이사△대학적십자사 중앙위원△경인지역 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