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0, 2-1, 2-2, 그리고 연장 후반 16분 터진 고요한의 극적인 골로 3-2. 1, 2차전 합계 3대 3. 이어진 승부차기. 7번째 키커로 나선 김동우가 그물을 흔들자 그때까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시커멓게 속을 태우던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만세를 불렀다. 서울의 7대 6 승부차기 승리. 서울 선수들은 기쁨에 겨워 포효하며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서울이 짜릿한 ‘서울극장’을 연출하며 우라와 레즈(일본)을 제압하고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다.
서울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와의 대회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전 끝에 3대 2로 이겼다. 1차전에서 0대 1로 패했던 서울은 1, 2차전 합계 3대 3으로 비겼지만 승부차기에서 이겨 8강 티켓을 따냈다. 이로써 K리그에선 서울과 전북 현대 두 팀이 8강에 합류했다.
최용수 감독은 3-5-2 포메이션에서 데얀과 아드리아노를 투톱으로 내세웠다. 1차전에서 한 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은 최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선제 득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은 이른 시각에 선제골을 뽑아내기 위해 초반부터 우라와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비기기만 해도 8강 티켓을 따내는 우라와는 섣불리 공격에 나서지 않았다.
서울의 선제골은 전반 29분 데얀의 발에서 나왔다. 아드리아노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수비수 엔도 와타루로부터 볼을 빼앗았다. 이어 골지역을 향해 파고든 뒤 문전으로 쇄도하던 데얀에게 패스를 찔러 줬고, 데얀은 가벼운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서울은 1-0으로 앞선 후반 경기 주도권을 놓친 채 밀리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후반 30분 지친 윤일록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이 모두 그라운드에 투입됐지만 경기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은 우라와의 탄탄한 수비에 막혀 해법을 찾지 못했다.
승부는 결국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연장 전반 4분 박주영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아드리아노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줬고, 골문 정면에 있던 아드리아노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승리를 예감하던 서울은 연장 후반 7분과 10분 잇따라 우라와의 재일교포 이충성에게 골을 허용했다. 체력 고갈에 따른 수비 집중력이 약해진 탓이었다. 1, 2차전 합계 2-3으로 밀려 패색이 짙어진 연장 후반 16분 고요한의 극적인 골이 터졌다.
연장전도 끝나고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가 시작됐다. 서울의 세 번째 키커로 나선 주장 오스마르가 실축했다. 우라와는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골키퍼 니시카와의 킥이 서울 골키퍼 유상훈에게 막혀 스코어는 5-5가 됐다. 6-6에서 우라와의 7번째 키커 코마이는 유상훈의 선방에 막혔다. 서울의 7번째 키커로 나선 김동우는 골을 멋지게 성공시켰다. 기나긴 승부가 끝난 순간이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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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1, 2-2, 3-2… 승부차기서 극적 뒤집기
입력 2016-05-26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