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저는 어디까지나 유엔 사무총장”이라며 여전히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여러 발언을 남겼다. 과거와 달리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법안을 내도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된다”는 등 국내 정치를 겨냥한 말들을 서슴지 않았다.
◇“정치가 아니라 정쟁…남한이라도 통합해야”=반 총장은 25일 방한 첫날 관훈클럽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사실 너무 국가가 분열돼 있다”면서 한국 현실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주 좁은 집단 이익(community interest)이나 당파 이익(party interest) 등을 갖고 있는데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라며 “이런 것을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국가통합을 강조하면서 한국 정치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반 총장은 “누군가 대통합 선언을 하고 나와 솔선수범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또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큰 문제인데 내부에서 여러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것이 해외에 가끔 보도되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반 총장은 “우선 남북통일을 해야 하겠지만 그 전에 남한이라도 통합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세계 속 한국을 심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세계 속에 한국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어 “청소년, 여성 문제 등은 한국이 여력이 있으니 얼마든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느낀 한국에 대한 자부심도 거듭 강조했다. 반 총장은 “(한국은) 경제적으로 15대 세계 경제강국이 됐다”며 “어떤 기준으로 봐도 우리는 15번 내에 들어가는 강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기대도 많고 세계 많은 정상들이 제 얼굴을 보며 ‘도와주겠다’는 말이 안 나오나 쳐다본다”고 했다.
◇‘취임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동갑’ 지적에 “1948년과 상황 다르다”=반 총장은 “솔직히 말하면 대통령을 한다는 것은 예전에 생각해본 일도 없다”며 “김영삼 대통령은 중학교 때부터 (대통령) 꿈을 꿨다는데 제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사무총장 되고 나서 1기 때부터도 그런 얘기가 많았고, 2기 때도 그런 얘기가 나왔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72세 고령이어서 대통령 후보로 부적격하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1875년생인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8년 취임할 때 현재 반 총장의 나이와 비슷하다는 질문이 나오자 “1948년의 국민 체력이나 자연 수명과 지금의 자연 수명과는 최소 15년에서 많게는 20년까지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미국 대통령 나온 사람들이 민주당은 전부 70, 76세”라고 했다.
반 총장은 “제가 1년에 하루도 아파서 결근했다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도 없다”며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아파서 결석한 적은 없다”고 했다. 또 “부모님께 참 감사해 하는데, 제가 운동도 안 한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국민소득(GNI)의 0.25%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해놓고도 지키지 못한 데 대해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반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부탁하고 편지도 드렸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0.25%를 지켜 달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 됐다”며 “가끔 친구나 동료와 이 얘기를 할 때 열을 내곤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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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정치가 아닌 정쟁… 좋은 법안 내도 국회서 통과 안돼”
입력 2016-05-25 22:05 수정 2016-05-26 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