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대선 출마와 관련,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면)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할지 그때 가서 고민하고 결심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정치권에 ‘핵폭탄급’ 파장이 예상된다.
제11회 제주포럼 참석차 25일 방한한 반 총장은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내년 1월 1일이 오면 저는 이제 한국사람이 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자신의 대권 도전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건 염두에 두겠다”고도 했다.
반 총장의 발언은 평소 직설적인 질문을 교묘히 피해 ‘기름장어’라고 불리던 것과 완전히 상반된다. 때문에 그가 방한 전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작심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그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은 것 같다. 노력에 대한 평가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포부도 숨김없이 드러냈다. 반 총장은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가 통합은 정치 지도자들의 뜻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심(私心),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한다. 지역구가 뭐가 중요한가. 세계가 막 돌아가고 있는데…”라고 했다.
대선 후보로서 그간 약점으로 꼽혀 왔던 사안들에 대해선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올해 73세로 고령이란 지적에는 “체력 같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유엔 사무총장 임기) 10년 동안 마라톤경기를 100m 경기를 뛰듯 했다. 역대 어떤 사무총장도 저보다 열심히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1985년 참사관 시절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전두환정권에 보고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비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다자외교 무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자주 만나 ‘친박’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너무 확대 해석해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건 제가 보기에도 기가 막히다”고 부인했다. 그는 “대통령을 자주 만난다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건 다 했다(만났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반 총장은 대북 압박과 함께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가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는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읽힌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토론을 마친 뒤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용표 통일부 장관 주재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이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면담했다.
서귀포=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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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한국시민으로 할 일 고민하겠다”… 대선 출마 시사
입력 2016-05-26 01:24 수정 2016-05-2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