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980년대 미국 연수 시절 망명 중이던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향을 관찰해 상부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흠집내기’라고 일축했다.
반 총장은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비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뉴욕총영사관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정부 고급 귀빈들이 많이 오니까 제가 명예총영사 역할 비슷하게 했다”며 “대학신문에 난 것을 카피해 보냈고, 그때는 학생이 아니고 펠로(연구교수)로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어서 보고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 한 것이 아니고 정부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보고한 것”이라며 “개인 의견이 들어간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반 총장은 이렇게 주장하면서 “기가 막힌다” “제 인격에 비춰 말이 안 된다”고 격하게 항변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 만에 비밀 해제된 문서를 공개했다. 제목이 ‘김대중 동정’인 이 문서에는 1985년 하버드대에서 연수 중이던 당시 반 외무부 참사관이 미국의 학계·법조계 인사들이 DJ의 안전 귀국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두환 대통령에게 발송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주미 대사관에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 주미 대사는 이를 외무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DJ는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하다 1982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망명 생활을 하고 있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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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내가 DJ 사찰?… 말도 안된다”
입력 2016-05-25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