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출신 최초의 서울시 출자기관 CEO, SH공사 출신 최초이자 최연소 사장.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 변창흠(52) 사장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2014년 11월 취임한 후 임기 절반을 보낸 변 사장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장’이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며 1년 6개월 동안 현장과 함께 했다. 일선 조직인 주거복지센터에서 하루 동안 직접 민원인들과 접촉하는 현장체험도 그의 중점 업무 중 하나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개포로 사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집무실에서 눈에 띄는 것은 회의용 탁자 위에 놓인 빨간색 표지의 ‘2016 하자백서’였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문이라는 차원에서 빨간 표지로 만들었다”고 변 사장은 강조했다. 공사설립 이후 처음으로 하자백서를 만들었고, 공동주택 하자의 실태와 비판을 받아들여 ‘하자 제로’를 이루어내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고 했다. 현장의 소리를 얼마나 중시하는 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 국민들은 SH공사에 대해 잘 모른다. 어떤 곳인가.
“우리 공사는 서울시가 전액 출자해 만든 산하 공기업입니다. 1989년 2월 1일 ‘서울시도시개발공사’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공공주택 건설, 임대주택 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명박 시장이 재임했던 2004년 ‘Seoul Housing’의 앞 글자를 따 SH공사라 했다. 지난 27년 동안 서울시 주거면적의 5%에 이르는 17.8㎢택지를 개발 공급했고, 26만호의 주택건설과 17만호의 임대주택을 지었다.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은 42만명을 넘어섰고, 혼합단지 등에 거주하는 입주민까지 합치면 60만명이 넘는다.”
-최근 SH공사를 ‘SH서울주택도시공사’로 이름을 바꾸는 등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데.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후 서울시는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고 다시 세우는 방식(뉴타운이나 재개발)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으로 도시개발 전략을 바꿨다. 이미 선진국 대도시들은 도시재생 방식을 도입한 지 오래됐다, 우리가 늦은 편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이미 조직을 개편해 도시재생본부를 신설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맞춤형 도시재생을 골자로 하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을 마련했다. 올 초에는 ‘2025도시재생 전략계획’도 확정했다. 이에 맞게 우리 공사도 도시재생 전문 ‘공공디벨로퍼(Public Developer)’나 주거복지 전문기관으로 거듭나려한다. 서울시 주거정책 및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이 도시재생으로 전환됐고 그 실행의 상당부분을 우리 공사가 맡고 있다. 2014년 11월 10일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공사를 주거복지 전문기관, 도시재생 전문 디벨로퍼로 육성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그동안 조직의 역량을 이런 비전 실현에 초점을 맞춰왔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서울시와 시의회 조례개정이 돼야 확정됨) 공사 이름에 ‘도시’를 넣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공사의 변화를 선언하고 그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공사 임직원이 하나가 돼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혁신을 해나가는데 어려움이 없다면 역설적으로 그건 혁신이 아닐 것이다. 우선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야 하는데 반대가 많다. 최근에 공사가 서울시민 1만명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조사를 했는데 95.1%가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80.7%가 현재 6% 수준인 임대주택을 10% 또는 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들의 지역에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래서 임대주택 건설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임대주택을 지을 땅도 부족하지만 재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서울형 리츠(REITs)’로 재원을 마련해 공급하려 한다.”
-‘서울형 리츠’에 대해 설명해 달라.
“‘리츠’는 위탁관리형 부동산 투자회사로써 명목회사다.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때문에 실제 운용관리를 담당할 자산관리회사(AMC)가 필요하다. 우리 공사는 리츠 사업을 하기 위해 2개의 자회사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최근 대규모 기업집단이 됐다. 서울리츠는 지난해 12월 서울리츠 출자안에 대한 서울시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AMC는 이달 시의회에서 AMC출자동의안이 의결됐다. 100억원 규모의 AMC를 설립하려고 하는데 공사가 35억1000만원(35.1%)을 출자하고 나머지 64억9000만원(64.9%)은 5개 금융기관(신한투자금융,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화손해보험, 더케이손해보험)이 주주로 참여한다. 다음 달 중으로 국토교통부의 영업인가를 받으면 은평구 진관동과 양천구 신정동에서 리츠방식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1500가구가 하반기에 첫 삽을 뜨게 된다.”
-현장을 중시하고 있는데.
“현장에 답이 있으니 당연하다. 공사의 비전인 주거복지전문기관, 도시재생, 공공디벨로퍼로 거듭나려면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공사가 거듭날 수 있다. 지금처럼 서울시 외곽에 위치한 빈 시유지에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건설하는 ‘땅 짚고 헤엄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더 이상 이용 가능한 유휴지가 없으니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 노후된 저층 주거지를 재생해야한다. 모두 헐어내고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 아닌 문화와 역사를 살리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주거복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주택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입주민의 주거복지를 책임지는 주거복지전문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입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맞춤형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하루동안 주거복지센터에서 현장을 체험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현재 11개 중 5개 센터에서 입주민들의 여러 민원 사항들을 들었다. 임기가 끝나는 그날까지 현장을 계속 다닐 생각이다.”
-주로 2∼3급이 맡던 주거복지단장에 1급 처장급을 내려 보내는 등 인사가 파격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던데.
“1000만 서울시민의 주거행복을 만드는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종전 통합관리센터를 주거복지단과 주거복지센터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8개에 불과하던 통합센터를 4개 주거복지단, 11개 주거복지센터로 늘렸다. 거기에 걸맞게 역량 있는 분들을 책임자로 내려 보냈다. 직급을 높이고 인력도 8명에서 26명으로 확대해서 현재 4개 복지단 중 2곳은 1급 처장이 맡고 있다.”
-포부와 목표가 있다면.
“우리 공사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해 내는 회사가 됐으면 한다. 사업을 성공시키면 그 다음에 제도화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중심 역할에 SH공사가 있었으면 한다. 소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서비스 기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존경받은 회사가 됐으면 좋겠고 나는 그 존경받은 회사의 CEO였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러면 직원들도 신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역할을 하겠다.”
김준동 사회2부장 jdkim@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 변창흠 SH공사 사장] “사람 중심 도시재생 주력… 디벨로퍼로 거듭날 것”
입력 2016-05-26 17:37 수정 2016-05-26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