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저장시설 꽉 차가는데 연기… 무책임 논란
입력 2016-05-25 18:25 수정 2016-05-25 22:07
정부가 25일 내놓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은 가장 높은 위험도를 지닌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최초의 정부 로드맵이다. 그러나 이 계획안에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을 건설할 부지 선정에 최소 12년을 소비하겠다는 등의 ‘기간’만 있을 뿐 언제부터 시작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없다. 3년 뒤면 경북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기존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인데,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장 기존 원전 부지별 임시저장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인데 정부가 이에 대해서라도 구체적인 계획과 별도의 안전규제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全)국토 지질조사 착수 계획도 없어=정부의 기본 계획은 지난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위)가 마련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당시 공론위는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는 동안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생겨나는 사용후핵연료봉을 처분하는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장 해결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4년 앞인 2020년까지 부지 선정을 마무리하고 지하연구시설 건설을 시작하라고 권고했다. 2019년 경북 월성 중수로 원전을 시작으로 2024∼2025년 경수로 원전인 한빛원전과 한울원전 등이 순차적으로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계획은 부지 선정에만 최소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크게 낮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는 경주 방폐장이 부지 선정에만 20년 가까운 진통을 겪었던 경험에 비춰볼 때 불가피한 시간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민주적이고 신중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부 로드맵의 1단계 절차인 부적합 지역 배제를 언제 시작할지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공론위에 참여했던 조성경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최소한 부적합 지역을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전 국토에 대한 지질조사 계획 정도는 들어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늘리자면서 구체방안 없어=정부의 계획대로 부지 선정이 빠르게 이뤄지고 건설 기간을 7년 이상 단축한다 해도 중간저장시설이 가동되는 시기는 2035년쯤이다. 월성원전의 경우 2019년 이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최소 17년 이상 보관할 저장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임시저장시설과 관련해 내놓은 입장은 습식이 아닌 건식 저장시설로 하고, 원자력발전사업자가 합리적 수준에서 지역을 지원토록 한다는 것이다. 결국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알아서 지역과 협의해 추가 시설을 마련하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원전 운전을 중단할 게 아니면 한수원은 정부가 말하지 않아도 저장시설을 더 지을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과의 협의까지 한수원에 맡긴 건 현 정권 임기 내에는 정부가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후핵연료를 최소 수십년은 보관할 저장시설인 만큼 최소한 기존 원전시설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 규제를 마련하고 지역주민에게도 정확히 알려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이번 로드맵은 경주 방폐장 선정 과정을 조금 늘려놓은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부지 선정 가능성이 거의 희박한 최종 처분장에 매달리기보다 당장에 급한 부지별 중간저장(임시저장)을 어떤 구체적인 계획으로 할 것인지를 더 신경 쓰는 게 책임있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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