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먼저 만난 오바마·아베… '오키나와 사건' 反美정서 확산에 서둘러 진화

입력 2016-05-26 04:30 수정 2016-05-26 10:5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당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막일인 26일 오전 열릴 예정이던 미·일 정상회담이 하루 앞당겨진 것은 최근 오키나와에서 발생한 미 군무원의 일본인 여성 살해 사건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오키나와 우루마시에 사는 시마부쿠로 리나(20)라는 여성이 산책을 나간 뒤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 19일 일본 경찰이 체포한 범인은 오키나와의 주일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미국인 군무원 케네스 프랭클린 신자토(32)였다. 그는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전모가 밝혀지면서 오키나와는 물론 일본 전역이 들끓었다. 도쿄를 비롯해 각지에서 미국 군인과 군무원에게 특권을 보장한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촉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예상 밖의 파장에 놀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도 21일 나카타니 겐 방위상을 피해자 장례식에 보내고 미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는 등 악화된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나카타니 겐 방위상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측에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반발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현 지사가 직접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오키나와 사건에 대한 일본 내 반발이 확산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미·일 간 유대를 보여주려는 시나리오에 차질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회담이 앞당겨진 배경을 설명했다. G7 정상회의 폐막 후인 27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당초 한국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 내 비판적 시선을 무릅쓰고 추진됐다. 미·일동맹을 ‘핵무기 사용국과 피폭국의 역사적인 화해’로 부각시킬 경우 두 정상의 외교적 성과는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제창한 ‘핵 없는 세계’를 다시 한 번 세계에 강조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미 여론에 비상이 걸린 미국과 일본 외교 당국이 정상회담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후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이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일본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본인들의 깊은 분노를 전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비극을 진심으로 애도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미국은 일본의 사법제도 하에 정의가 이뤄지도록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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