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규제, 특단 대책 주문한 대통령… 부처간 이해관계는 달라

입력 2016-05-25 18:38 수정 2016-06-02 11:15

경제부처는 경유를 이용하는 이들이 주로 서민층이란 점에서 환경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주장하는 경유값 인상이나 경유차 보조금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부처 간 미세먼지 대책 떠넘기기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가 요구하는 경유값 인상부터 경제부처와는 인식 차이가 크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유가에 관계없는 휘발유는 ℓ당 529원, 경유는 375원씩 종량제로 부과하고 있다. 경유에 붙는 세금이 적기 때문에 소매가격에서 경유는 휘발유의 8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이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휘발유값 대비 경유값은 93% 정도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경유에 붙는 세금을 더 올릴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자신들의 영역이 아닌 경유세 인상을 언급하자 세제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발끈하는 모습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환경부가 추진했던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기재부가 비판받으면서도 반대했는데 만약 그 제도가 시행됐으면 경유차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면서 “환경부는 자기 잘못을 세금으로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부처 간 회의에서 경유값 인상, 휘발유값 인하에 반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경유를 많이 사용하는 서민층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내세운다. 서민증세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04년에도 정부가 2차 에너지 세제 개편 방안을 내놓고 경유값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경유차를 주로 쓰는 화물연대가 격렬하게 반발한 바 있다.

기재부는 환경부에 환경개선부담금부터 개선하라며 역공을 펼치는 모양새다. 환경개선부담금은 환경부 소관이어서 기재부 동의 없이도 인상할 수 있다. 경유차 소유자는 휘발유나 LPG 차량보다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환경개선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2005년부터 신형 경유차를 구매하면 5년간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생겼다.

환경부는 경유택시 보급 정책을 폐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3년 11월 박근혜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경유택시 지원 대책을 포함한 택시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액화석유가스(LPG) 택시가 경유택시로 전환할 때 최대 1만대까지 ℓ당 345.54원의 유가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적된 상황에서 굳이 경유택시 지원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게 환경부 생각이다.

그러나 경유택시 전환 지원금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택시를 LPG로만 운행할 경우 LPG 가격 변동에 따라 택시 업계와 종사자의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료 다양화 차원에서 경유택시 정책을 쉽게 없앨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미세먼지 관련해서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가 달라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조속히 내놓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유세 인상 같은 손쉬운 해결책보다는 현재까지 만들어진 각종 경유차 장려 정책을 손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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