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 연이은 老醜… 왜?

입력 2016-05-26 04:00

손길승(75) SK텔레콤 명예회장이 20대 카페 종업원을 추행한 혐의로 25일 경찰조사를 받았다. 손 명예회장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송구하다”고 해명했지만, 또다시 반복된 사회지도층의 성 추문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정·재계 고위 인사나 법조인, 대학교수 등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던 이들이 성 추문을 일으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윤창중(60) 전 청와대 대변인은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으나 지난 7일 공소시효가 종료됐다.

박희태(78) 전 국회의장은 2014년 9월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20대 캐디의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받았다. 박 전 의장은 “딸 같고 손녀 같아서 손가락으로 가슴을 툭 찔렀다”고 해명해 물의를 빚었다.

사회지도층의 ‘노추(老醜)’에 대해 전문가들은 ‘특권의식’과 ‘보상심리’를 원인으로 꼽았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사회지도층이 되면 자기중심 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흐려지고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특권의식이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지위에 올라가기 위해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도 발동한다”며 “이 때문에 성 추문이나 뇌물수수 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나이가 들고, 현직에서 물러나며 권력을 잃었지만,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픈 마음도 원인”이라며 “힘을 과시하고 싶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며 이성에 대한 공감능력인 ‘젠더감수성’이 뒤떨어진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사회지도층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바뀌는 성적인 규범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년층 전반의 문제”라며 “성희롱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존에 하던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도 “요즘 세대에 비해 더 가부장적인 노년층 남성의 성추행”이라며 “항상 이런 행동과 피해자가 있어왔는데 이제야 문제 제기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손 명예회장을 다음 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검토 중이다. CCTV 영상을 통해 그가 종업원을 강제추행한 행위가 드러났지만 본인이 고의성을 부인해 판단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명예회장은 지난 3일 지인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종업원 A씨의 다리를 만지고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게 하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거부 의사를 밝히고 카페 밖으로 나갔지만 갤러리 관장 조모(71·여)씨가 다시 데리고 들어갔다. 조씨는 “추행은 기억나지 않으며 손님을 응대하라는 취지였다”고 진술했다.

홍석호 박은애 허경구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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