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5000억 지원 헛일… 대우조선엔 구조조정 강도 높일듯
입력 2016-05-26 04:00
한때 조선 ‘빅4’에 들었던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2013년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1조원 많다는 실사 결과에 따라 자율협약에 들어갔으나 3년도 안돼 법정관리를 눈앞에 둔 신세가 됐다.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종료함에 따라 중소 조선사는 물론이고 대형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강도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채권단이 25일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STX조선해양은 2001년 STX그룹이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을 인수하며 이름이 바꾼 회사다. 고부가가치 선박보다 벌크선 등을 주로 만들던 STX조선해양은 STX그룹에 인수된 후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인수 당시에는 연간 건조 능력이 14척, 연매출 4000억원 정도였으나 2006년에는 건조 능력 47척, 매출 1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2008년 말 수주 잔량을 기준으로 할 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01년 쌍용중공업 최대 주주가 되면서 CEO로 변신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잇따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의 몸집을 불리며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악화되면서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경기 민감 업종인 조선, 해운이 주력이던 STX그룹은 경기 악화로 인한 직격탄을 맞아 유동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룹의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우건설, 하이닉스에 대한 추가 M&A에 관심을 보여 시장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그룹 해체 속에서 매각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팬오션, STX에너지, STX건설 등과 달리 자율협약을 진행해 왔으나 법정관리 선택 시기만 늦춘 셈이 됐다. 반면 STX팬오션은 지난해 하림에 인수된 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구조조정 이후 지난해 2293억원(연결 기준)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 STX에너지는 오릭스를 거쳐 GS그룹에 인수됐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으면서 나머지 중소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4대 중소 조선사인 성동·대선·SPP조선 역시 2010년부터 자율협약을 진행 중이다. 이 중 SPP조선은 지난 3월 SM그룹이 인수키로 하고 채권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매각 협상 시한을 27일로 제시했지만 SM그룹이 인수 가격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어 매각 불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조조정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율협약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보다 강력한 자구안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경우 중형 탱커 등 중국과 경쟁을 계속해야 하는 선박을 생산하지만 대형사의 경우 경쟁력을 갖춘 선박을 건조 중이고, 인도 물량도 많아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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