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대출을 해준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일반은행 중 대출이 가장 많은 NH농협은행은 충당금(빌려준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준비하는 돈) 적립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부터 3년간 추진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채권단 위주의 구조조정 효과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더 커진 충당금 부담=STX조선의 은행권 채무 대부분은 산업은행(3조원)과 수출입은행(1조2200억원), 농협은행(1조3200억원) 등에서 빌린 돈이다. 당초 채권단에 참여했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지난해 말 추가 지원을 반대하며 채권단에서 빠졌다. 국책은행을 제외하면 일반은행 중에는 농협은행만 채권단에 남은 셈이다.
문제는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출해준 돈을 사실상 돌려받기 어려워져 충당금을 100% 쌓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산은과 수은, 농협은행은 대출액의 절반 정도만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의 경우 6500억원가량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줄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영 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한계, 정부 책임론 부상=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결론나면서 채권단 위주 관리 방식이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3년 4월 자율협약이 시작된 후 채권단이 STX조선에 지원한 금액은 4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반대하면서 채권단의 대규모 손실, 협력업체 연쇄 부실, 관계사(STX중공업, STX엔진) 경영 및 고용불안, 국내 조선업의 신뢰도 문제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채권단은 신규 수주가 어렵고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에 명분이 없다며 실패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STX조선과 마찬가지로 자율협약을 맺고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성동조선 등 중소 조선사를 비롯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형 조선사, 현대상선 등 해운사도 채권단 주도로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진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이미 문제가 악화된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돈을 집어넣었다는 얘기”라며 “산업은행뿐 아니라 당시 의사결정을 주도한 정부가 책임을 지고 구조조정의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관련기사 보기]
☞
3년 자율협약 성과없이 물거품… 채권단 주도 수술 한계 드러나
입력 2016-05-25 18:21 수정 2016-05-25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