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당한 ‘3자 밀실회동’… 더 꼬인 ‘鄭의 해법’

입력 2016-05-25 18:17 수정 2016-05-25 21:19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방호원 및 의경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격려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의 3자 회동 하루 만에 계파와 선수(數選)를 불문하고 ‘밀실 합의’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모임의 한 축이었던 김 전 대표는 “당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의견 교환을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고, 최 의원 측도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발표한 정 원내대표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로선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는 당내 상황을 풀어보고자 두 사람을 만났다가 일만 더 키운 꼴이 됐다.

후폭풍은 컸다. 정우택 의원은 2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거 후 당 수뇌부는 도망가 버리고 책임 있는 당사자는 숨어 있었는데 그들이 만나 당의 문제를 협의했다”고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3김 시대’에나 있을 행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권, 당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계파 해체를 선언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기로 한 데 대해 “시간만 지체될 뿐 결국은 내용도 없이 끝날 것”이라고 일축했다. 모임의 성격은 물론이고 공감대를 이룬 내용까지 전부 반발을 산 것이다.

세 사람은 전날 1시간35분간 조찬을 함께하며 당 대표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지도부 체제를 바꾸고 혁신 비대위를 구성하는 데 의견을 모았었다. 정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상경하는 길에 두 사람에게 연락해 잡은 자리였다. 총선 참패와 당 내분 사태의 근본 원인이 계파 갈등인 만큼 이를 극복하려면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이 나서서 역할을 해줘야 된다는 게 정 원내대표의 생각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이런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두 분이 어찌됐든 당의 대주주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자꾸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서 역할을 하시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고 했다. 다만 구속력 있는 합의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세 사람이 공감한 건 사실이고 팩트”라면서도 “‘그걸로 결론을 낸 거냐’고 물으면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의원총회와 비대위 의결, 전국위 추인 등 절차를 밟겠다는 얘기다. 당장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30일쯤 의총을 열겠다고 했다. 김 전 대표도 “내가 합의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 원내대표를 비판해서도 안 된다”고 수습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억울함도 토로했다. 그는 “당헌·당규를 개정해 전당대회를 치르려면 일단 비대위원장부터 인선해야 하는데, 알아서 하라고 맡겨두고서 사람을 던지면(추천하면) 독선·독단이라고 저항하니 당내 갈등이 수습이 되겠느냐”고 했다. 또 “알아서 하라고만 했지 통일된 의견이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사람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선 “이분 정도면 좋겠다는 분이 있다”며 “삼고초려해 간청을 드려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 이틀만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회동서 김 전 대표와 최 의원 간 ‘대권-당권 밀약’이 있었다는 의혹은 “(대권의) 대자도, (당권의) 당자도 안 나왔다”고 부인했다.

권지혜 전웅빈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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