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안숙선 ‘클래식-국악’ 하모니 펼친다

입력 2016-05-25 19:33
명창 안숙선(왼쪽)과 첼리스트 정명화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웃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는 8월 ‘클래식 마을’ 강원도 평창군 계촌리에서 열리는 거리축제 개막식에서 처음으로 협연을 펼친다. 뉴시스

첼리스트 정명화(72)와 명창 안숙선(67)이 처음으로 협연을 펼친다. 도시의 번듯한 공연장이 아닌 시골마을 축제에서다. 두 거장은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2016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의 하나로 8월 19일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에서 열리는 ‘계촌 클래식 거리축제’ 개막공연에서 클래식과 국악의 하모니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명화는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시절 서양음악을 배우느라 정신없다가 20년 전 한국에 돌아와 판소리를 제대로 들었을 때 깊은 감동을 느꼈다”며 “평소에 존경하는 안숙선 선생과 이번에 함께 작업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는 지역 마을이 지니고 있는 유무형 자산과 예술을 연계해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계촌리와 전북 운봉읍 비전마을을 각각 ‘클래식 마을’과 ‘국악 마을’로 정했다. 그 후 정명화와 안숙선이 예술거장으로 참여하는 한편 두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지속적으로 마을을 방문해 공연 및 연주 레슨을 해왔다. 안숙선은 “예술이 주민과 마을을 아름답게 바꿔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정명화는 “더 많은 국민들이 클래식을 좋아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꿈을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에도 두 마을에서 각각 축제가 열린다. 6월 17∼19일 안숙선이 예술거장으로 참여하는 ‘제2회 남원 비전 거리 국악축제’와 8월 19∼21일 정명화가 예술거장으로 참여하는 ‘제2회 평창 계촌 클래식 거리축제’로 나눠 진행된다. 첼리스트 박상민, 젊은 소리꾼 이자람 등 클래식계와 국악계의 중견 및 신진 아티스트로 이뤄진 출연진 외에 지역 학생 및 주민들의 연주도 준비돼 있다.

특히 올해는 작곡가 임준희가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모티브로 만든 ‘판소리, 첼로,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사랑가’를 정명화와 안숙선의 협연으로 선보일 계획이라 눈길을 끈다. 안숙선은 “판소리와 여러 장르의 협업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첼로의 깊은 소리는 판소리의 심금을 울리는 소리와 잘 맞기 때문에 정명화 선생님과의 작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명화는 1996년 동생인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함께 발표한 음반 ‘한(恨), 꿈, 그리움’에서 작곡가 이영조의 ‘첼로와 장구를 위한 도드리’를 연주하는가 하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클래식과 국악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두 분야의 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명화는 “예전에는 국악 연주자들 가운데 클래식 악보를 읽으실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아 힘들긴 했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 이제는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