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원 독성 실험 생략이 낳은 ‘옥시 참극’

입력 2016-05-25 18:25 수정 2016-05-26 02:07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고작 800만원에 불과한 흡입독성 실험을 생략해 빚어진 참극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된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와 옥시 마케팅 담당 직원 등에게 사기 혐의를 추가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제품에 사용된 ‘아이에게도 안심’ 등의 광고 문구가 ‘기망행위’(속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허위·과장 광고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이날 옥시 연구소장 조모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도 청구했다. 이번 사태로 현재까지 구속된 사람은 신 전 대표 등 모두 5명이다.

옥시는 최초 가습기 살균제 생산 이후 흡입독성 실험을 적극 추진했다. 2000년 10월부터 독성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판매한 옥시는 그해 11월 미국 레베코(LEBECO) 연구소에 급성 흡입독성 실험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2001년 1월에도 영국 세이프팜(SAFEpharm) 연구소에 급성 흡입독성 실험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두 연구소는 모두 ‘실험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고, 실험비용은 800만원 수준이었다. 옥시 연구소 관계자들은 ‘실험을 진행하겠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경영진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석연찮은 이유로 실험 의뢰 결정이 보류됐고, 결국 실험은 이뤄지지 않았다. 2001년 4월 옥시가 영국계 레킷벤키저에 인수되면서 신 전 대표가 약 3개월간 회사를 떠났다가 되돌아왔고, 국내 연구소가 통폐합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흡입독성 실험 추진이 유야무야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 전 대표는 검찰에서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한 뒤 알아서 (실험을) 할 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직원들이 ‘판매한 지 5∼6개월 됐는데 뭐 문제 있겠나’라며 넘어갔던 것 같다”면서 “대표부터 생산을 담당했던 직원들까지 무사안일, 무책임, 무관심이 겹쳐져 가습기 살균제 참극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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