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예지(野鷄·꿩) 대학으로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실체가 없는 가짜 대학으로 돈만 내면 학위를 만들어준다고 해서 ‘학력공장’이나 ‘학력상점’으로도 불립니다.
다음 달 7∼8일 중국 전역에서 실시되는 대학 입시 가오카오(高考)를 앞두고 이 가짜 대학 73곳의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16개 지역에 분포해 있지만 베이징(23곳)과 상하이(7곳)가 단연 압도적입니다. 중국 진학정보 사이트 상다쉐왕(上大學網)이 2013년부터 400곳 넘는 가짜 대학 명단을 발표했지만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해마다 각 지역 교육위원회는 학생을 모집하는 ‘진짜’ 대학의 리스트를 공개하며 가짜 대학에 현혹되지 말도록 당부합니다.
가짜 대학은 이름만 보면 진짜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상하이공상학원’ ‘상하이재경학원’처럼 진짜 대학인 ‘상하이공상직업기술학원’이나 ‘상하이재경대학’과 비슷합니다. 홈페이지도 정말 그럴듯합니다. ‘베이징건축공정학원’ 홈페이지는 학교 소개, 해외활동, 취업 소식으로 충실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베이징건축대학’의 과거 기록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실제로 베이징건축대학의 바꾸기 전 이름이 베이징건축공정학원입니다. 진짜 대학과 가짜 대학의 영문 표기는 똑같습니다.
가짜 대학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홍콩, 미국, 한국 등 해외에 사이트를 두고 온라인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규 대학이 사용하는 도메인 ‘.edu.cn’이 아니라 ‘.com’ 이나 ‘.cn’을 사용합니다. 온라인 수업만으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돈을 챙기거나 200∼300위안(약 3만∼5만원)만 내면 가짜 학위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중국의 가짜 대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관영 언론들도 “책임 있는 당국이 인력 부족 타령만 하고 손을 놓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소용없습니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가짜 대학 이면에 중국의 뿌리 깊은 학력숭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베이징=khmaeng@kmib.co.kr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중국 대학 도메인에 ‘.edu.cn’ 없으면 짝퉁
입력 2016-05-26 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