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타마라(22·여)씨는 어린 아기를 남겨두고 고속도로에서 사라져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1994년 6월 라모나 윌슨(16)양은 거리에서 춤을 추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10개월 후 공항 근처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캐나다 서남부에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 16번 고속도로 ‘프린스루퍼트∼프린스조지’ 700㎞ 구간에는 ‘눈물의 고속도로(Highway of Tears)’라는 슬픈 별명이 붙어있다. 도로 곳곳에 ‘여성은 히치하이크(차를 얻어 타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광고판이 걸렸다. 실종된 여성 얼굴이 찍힌 전단도 보인다. 지난 40여년 동안 이곳에서 실종되거나 사망한 원주민 여성이 수십명에 달한다. 캐나다판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눈물의 고속도로 위에서 여성 수십이 사라졌다’는 기사를 통해 이 지역 원주민 여성의 실종 사건을 심층 보도했다. 여성들은 히치하이크를 하거나 고속도로를 걷다가 실종·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연방경찰은 이 ‘눈물의 고속도로’에서 1969년부터 2006년까지 공식적으로 18명이 사라지거나 살해됐다고 발표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피해 여성이 50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한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원주민총회(AFN) 지도자 모임에서 30년간 전국적으로 살해되거나 실종된 원주민 여성 1200명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4000만 캐나다달러(약 360억9600만원)가 투입된다. 하지만 캐나다여성연합에 따르면 이 기간 최대 4000명이 사라지거나 죽었다. 대부분 사건이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다. 원주민 여성은 캐나다 전체 여성 인구의 4%를 차지하지만 살해 여성 비율은 16%다. 인구 비율 대비 4배 수준에 달한다.
NYT는 원주민 여성 실종사건이 “성차별주의를 넘은 인종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주민은 유럽인이 북미 대륙에 들어오기 전부터 캐나다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로 가난 때문에 집이나 이동수단 없이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알코올 중독과 약물남용 수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높다. 심지어 깨끗한 마실 물 같은 기본적인 필수품이 부족한 곳으로도 꼽힌다. 연방정부는 부랴부랴 향후 5년간 84억 캐나다달러(약 7조5751억원)를 들여 원주민 거주 지역을 돌보겠다고 밝혔다.
수개월째 이 지역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캐롤린 베넷 원주민·북방 장관은 “경찰이 실종된 여성 사건을 자살이나 약물 과다복용, 사고사로 처리하는 등 정의롭게 수사하지 못했다”며 “원주민 공동체가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당하고 붕괴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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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16번 고속도로’… 加원주민 여성 연쇄실종사건
입력 2016-05-26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