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특허 전쟁’ 선포한 中 화웨이… 세계 1위 ‘삼성과 맞짱’ 기술력 과시·이미지 개선 노려

입력 2016-05-25 18:54 수정 2016-05-25 19:18

중국 최대 IT기업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와 법정 분쟁을 벌여 경쟁구도를 만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맞소송 방침을 밝히면서 한·중 대표 IT 기업의 특허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화웨이가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 대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4G 통신 관련 특허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11건의 특허를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특허 사용 협상을 원했으나 삼성 측이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부당하게 사용한 특허에 대해 배상을 요구했으며, 판매 금지는 요청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애플, 엔디비아 등과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지만 중국 기업과는 처음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기업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에 소송을 건 첫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소송에 나선 것은 크게 두 가지 노림수로 분석된다. 우선 자사의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알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타사 기술을 도용해 싼값에 제품을 판매하는 샤오미 등 다른 중국 기업과 달리 화웨이는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의 15.1%인 596억700만 위안(약 10조74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전체 직원의 45%인 7만9000여명이 R&D 인력일 정도로 원천기술 개발을 중시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등록 특허가 5만377건에 달한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 출원을 가장 많이 한 기업이 화웨이(3898건)다. 삼성전자는 1683건으로 4위였다.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중국 기업이란 이유로 덧씌워진 ‘카피캣’ 이미지를 소송으로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와 대결구도를 만들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미지 제고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 판매 위주이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성과가 미미하다. 삼성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2011년 애플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면서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경험이 있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만 해도 삼성전자는 대만 HTC 등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지만 ‘삼성 대 애플’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몇 년 만에 스마트폰 1위 자리에 등극했다. 화웨이도 비슷한 결과를 얻으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송을 제기한 곳이 안방인 중국과 미국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자국 기업 감싸기가 만연한 중국에서는 화웨이의 승리가 예상된다. 미국에서 패하더라도 최소 1승 1패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로서는 잃을 게 별로 없는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맞소송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안승호 삼성전자 지적재산권(IP)센터장은 25일 수요 사장단 회의 후 기자들에게 “소송을 건다면 맞소송이라도 해야 한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해외 IT기업과 특허 분쟁이 생겼을 때 맞소송 전략을 펼쳐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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