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4위였던 STX조선해양이 끝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STX조선 처리 방침이 결정됨에 따라 성동조선해양·SPP조선·대선조선 등 중소 조선업체의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25일 회의를 열고 “이달 말까지 STX조선에 대한 채권단협의회 논의를 거쳐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추가 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2013년 8월부터 STX조선에 대해 자율협약을 진행하면서 4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은 채권단을 탈퇴했지만 산은·수은·NH농협은행 등은 발을 빼지 않았다. 전문성을 결여한 채권단이 조선업의 불황을 내다보지 못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을 한 것이다. STX조선은 무리한 설비투자, 신규 수주 급감, 경쟁력 하락, 직원들의 높은 임금, 강성 노조 등 구조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었지만 노사·정부·채권단은 ‘폭탄 돌리기’에만 열중했다. 정치권은 지역경제 침체와 실업자 양산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제동을 걸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STX조선과 채권단은 골병이 들었다.
조선·해운업체들에 대한 국내 은행의 여신 규모(대출·보증 포함)는 90조원에 달한다. STX조선의 법정관리를 시작으로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현실화하면 금융권에 큰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은행들이 부실기업들의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쌓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신 건전성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은행은 요주의∼추정손실 여신에 대해 대출 자산의 7∼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여신 건전성을 제대로 반영하면 은행들의 연쇄 부실화가 우려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크게 낮추면서 “구조조정을 지연하면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주주·노사·채권단·정부 등 이해 관계자들은 손실과 고통을 분담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사설] 구조조정 미루다간 ‘제2 STX조선’ 나올 것
입력 2016-05-25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