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오피스텔

입력 2016-05-25 19:32

우리나라에 오피스텔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5년이었다. 서울 마포의 성지빌딩이 1호라고 한다. 오피스와 호텔의 합성어인 이 건축물은 새로운 개념이었던 까닭에 처음부터 꽤 관심을 끌었다. 80년대 후반엔 줄 서서 분양을 받을 정도였다. 변호사 등 전문직과 오퍼상 등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무실로 많이 이용됐다. 95년 욕실과 싱크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물량이 급증했다. 특히 당국이 2009년 오피스텔을 준주택으로 간주해 규제를 많이 풀면서 수요는 날개를 달았다.

오피스텔은 한때 공급과잉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쯤부터 다시 상승세다. 1∼2인 가구가 늘고 전셋값이 많이 오르면서 주거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올 1분기 전국에서 1만606실이 분양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3% 증가했다.

입지에 따라서는 분양 경쟁률이 상상 이상이다. 작년 9월 경기도 광교의 L오피스텔 최고 경쟁률은 무려 1175대 1이었다. 지난 23∼24일 서울 대치동 I오피스텔의 평균 경쟁률은 63대 1을 나타냈다.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 바로 옆 지상 10층짜리 업무용 빌딩도 410실의 오피스텔 건물로 신축 중이다. 전용 24.5㎡(7.5평)의 분양가가 2억5000만원일 만큼 값이 만만찮다.

며칠 사이 오피스텔이 언론을 크게 탔다. 국민일보 단독취재 결과 ‘정운호 게이트’에 연관된 홍만표 변호사가 본인과 아내 등의 명의로 수십 채나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 층 전체를 보유할 정도로 그는 통 큰 오피스텔 재벌이었다. 전직이 검사였는지, 부동산업 종사자였는지 궁금하다. 그는 곧 법정에 선다. 추후 특별검사의 조사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등 엄정한 실정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헌법보다 더 센 국민정서법상 이미 그는 중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돈이 될 줄 알았던 오피스텔이 독이 됐다.

정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