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영화’ 재개봉 열풍… 향수와 추억이 ‘새록새록’

입력 2016-05-25 19:17

재개봉 열풍이 거세다. 몇 년 전부터 재개봉은 간간이 있었으나 지난해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 이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10년 만에 재개봉된 ‘이터널 선샤인’은 33만명을 모으며 2005년 개봉 당시 관객 17만명을 두배가량 넘어섰다. 이에 영향을 받아 ‘비포 선라이즈’ ‘러브레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냉정과 열정 사이’ ‘무간도’ ‘영웅본색’ ‘성월동화’ ‘인생은 아름다워’ 등이 줄줄이 재개봉됐다.

재개봉 영화의 흥행은 극과 극이다. 지난달 다시 선보인 에단 호크·줄리 델피 주연의 ‘비포 선라이즈’는 5만 관객을 불러들였고, 역시 지난달 재개봉된 이탈리아 배우 겸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가 주연과 연출을 겸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12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러브레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냉정과 열정 사이’ ‘무간도’ ‘영웅본색’ ‘성월동화’는 개봉 당시의 흥행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재개봉 영화가 러시를 이루는 이유는 수요층인 관객과 공급 측인 영화사 및 극장 모두의 욕구와 입맛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관객으로서는 아련한 향수를 되살리며 좋았던 추억을 다시 느끼고 싶은 까닭이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이미 판권을 확보한 상태여서 수입비용이 들지 않고 인지도가 높아 홍보비도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극장으로서는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된 작품을 비수기에 상영해 관객몰이를 노릴 수 있다.

6월에는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거나 성적 표현 등으로 논란을 빚은 작품이 재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001년 개봉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15년 만에 다시 찾아온다. 제54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3개 부문을 석권한 ‘피아니스트’는 비뚤어진 사랑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파격적으로 다뤄 많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프랑스 국민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열연이 눈부시다. 2일 재개봉된다.

1993년 제5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세 가지 색: 블루’도 2일 재개봉된다. 94년 국내 개봉 후 2009년 재개봉되고 이번에 다시 상영된다.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의 상큼한 이미지를 기억하는 관객들이 20년 넘게 세월이 흐른 지금 어떤 느낌으로 영화를 볼지 궁금하다. 영화는 삶의 막다른 순간 발견한 푸른색의 고독함을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지금 당신의 삶은 무슨 색인가?”를 묻는다.

프랑스 거장 장 자크 아노 감독이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을 92년 스크린으로 재탄생시킨 ‘연인’은 16일 재개봉된다. 20세기 가장 센세이셔널을 일으킨 로맨스로 중국 배우 양가휘와 영국 여배우 제인 마치의 연기호흡이 예사롭지 않다. 운명을 믿는 청년 톰(조셉 고든 레빗)과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 썸머(주이 디샤넬)의 연애담을 그린 ‘500일의 썸머’는 30일 개봉된다. 2009년 선보인 이 작품은 로맨틱코미디의 레전드로 꼽힌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