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과대 조모(57·구속) 교수의 가습기 살균제 실험 보고서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옥시의 입맛에 맞춘 철저한 ‘주문제작 보고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는 실험 도중 불리한 결과가 도출되자 이를 옥시 측에 알려 보고서 조작을 도왔고, 서울대에 먼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학내 규정을 무시하고 옥시에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교수는 옥시의 의뢰로 2011년 10월부터 가습기 살균제의 일반흡입독성과 생식독성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실험 시작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임신한 쥐의 새끼가 죽거나 기형이 발생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조 교수는 이를 옥시에 알렸고, 옥시는 생식독성 실험과 일반흡입독성 실험 분리를 요구했다. 조 교수는 옥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종보고서에 생식독성 실험결과를 제외한 일반흡입독성 실험결과만 포함시켰다.
조 교수는 일반흡입독성 실험결과도 왜곡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실험군 쥐의 조직병리 검사에서 간질성 폐렴이 발견됐으나 이 데이터를 삭제했다. 일반적인 물이 분무된 대조군 쥐에서 간질성 폐렴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 결과 역시 보고서에서 제외됐다. 조 교수는 나머지 실험 결과만을 근거로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에 차별적 병변을 관찰할 수 없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조사 결과 조 교수는 연구보고서 관련 서울대 규정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옥시와의 연구용역 약정 및 서울대 연구비관리규정에 따르면 조 교수는 연구보고서를 서울대 산학협력재단에 먼저 제출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산학협력재단에 보고서를 내지 않고, 2012년 4월 18일 옥시에 직접 보고서를 전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4일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은폐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조 교수를 증거위조와 수뢰후부정처사,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옥시가 조 교수에게 연구를 의뢰한 2011년 최고경영자(CEO)였던 거라브 제인(47) 전 옥시 대표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제인 전 대표를 소환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나 소환일정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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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교수 옥시 보고서 계획단계부터 ‘주문 제작’
입력 2016-05-2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