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하는 이른바 단일성 지도체제 전환과 외부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을 당 수습책으로 들고 나왔다. 당대표 권한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게 골자다. 이로써 4·13총선 참패 이후 40일 넘게 계속된 리더십 실종 사태와 내분 위기는 간신히 모면할 길이 열렸다. 그러나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 같은 방안을 당내 양대 계파 수장과의 합의로 이끌어내면서 역설적으로 계파 청산의 한계 역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새벽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비박(비박근혜)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친박근혜) 좌장인 최경환 의원을 만나 당 쇄신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2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동에서 단일성 지도체제 전환에 동의했다. 전당대회 때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최다 득표자가 당대표가 되고 차점자들이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하는 기존 방식을 바꾸자는 게 핵심이다. 최고위원은 주요 사안을 당대표와 협의하되 최종 결정권은 당대표가 갖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당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분란을 막겠다는 뜻이다.
이는 최고위원 중심의 집단지도체제인 현행 방식이 계파 갈등을 오히려 키워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대표 체제의 경우 최고위원회가 친박계 위주로 구성돼 회의에서 계파 갈등만 노출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계파 간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에 대해선 번번이 합의가 불발되거나 결정이 늦어지는 폐단도 낳았다.
당내 쇄신파 의원들을 포함한 비박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도체제 수정을 여러 차례 요구해 왔다. 친박계도 당대표 후보를 단일화할 경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표 분산을 피할 수 있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 사람은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끌 임시 지도부 형태에 대해서도 최근 중진회동에서 제시된 ‘혁신형비대위’ 안을 선택하기로 합의했다. 혁신비대위원장은 외부 인사로 영입하되, 양대 계파가 합의한 인사로 최종 선정해 정 원내대표에게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내부에서는 비대위원장 후보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두 사람에게 “당내에서 더는 친박, 비박 이야기가 안 나오도록 두 분이 손을 잡고 계파 해체 선언을 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의 내홍이 이대로 계속 돼서는 곤란하다. 당의 대주주들이 전면에 나서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한다. 자신이 사실상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 끼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결정하지 못한 만큼 중재자로서 양측의 공식 활동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오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제가 중심에 서겠다고 했다. 그런데 ‘중도의 길은 고속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것만큼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양측도 이를 공감해 당내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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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수장들의 긴급처방… 與 ‘40일 내전’ 봉합되나
입력 2016-05-24 21:39 수정 2016-05-25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