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내기·대안찾기… 野도 與도 반기문에 ‘시선집중’

입력 2016-05-25 04:00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3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1회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한을 앞두고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여권 주류의 ‘반기문 대망론’ 띄우기에 맞서 야권도 일찌감치 반 총장에 대한 검증에 들어간 모양새다.

◇반기문 흠집내기 나선 野=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4일 반 총장에 대해 “굉장한 권력욕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반 총장이) 최근 1년간 모습만 봐도 (대선을 겨냥해) 움직이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최소한 친박에서 옹립하면 대통령 후보로 출마는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에 나올 수 있는 것도 반이고 안 나올 수 있는 것도 반이고, 야당의 문을 두드린 것도 반이고, 새누리당을 두드린 것도 반이라 모든 게 반이다. 그래서 반 총장이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반 총장의 모호한 태도를 꼬집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안 나올 것 같기도 하다”며 “어쨌든 모호하게 하시는 분 중에 성공하신 분이 없고 모셔올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 절하했다.

반 총장이 ‘과대포장’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민주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코노미스트, 반기문 혹평…행정·통치 모두 실패한 총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올린 뒤 “해외에 나가 뭔가 한자리하면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하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버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62년 이후 반 총장이 취임할 때까지 유엔 사무총장 출신국은 미얀마, 오스트리아, 페루, 이집트, 가나였다”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고 해서 미얀마나 가나의 이미지가 국제적으로 나아진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또 “과거 고건 총리와 비슷하게 본인이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대안 없는 與도 반신반의=총선 참패로 차기 대권 주자들이 줄줄이 상처를 입은 여권이 반 총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야권 유력 주자를 넘어서는 지지율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6∼17일 전국의 성인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자 대결 조사(유무선전화 자동응답·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 응답률 5.1%)에서 반 총장은 38.0%의 지지를 얻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34.4%),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21.4%)에 앞섰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현재 지지율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고건, 안철수, 이회창 등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 1위였던 인사 중 공식 후보가 된 사례가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반 총장에 대한 지지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비정치권 인물을 선호하는 인기투표 성격이 강하다”며 “본격 검증이 시작되고 토론회 등 행보가 본격화하면 지지율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새누리당 의원들은 25일 방한하는 반 총장의 일정에 대거 동참한다. 우선 반 총장이 참석하는 제주포럼(25∼26일)에는 정진석 원내대표와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재영 의원 등이 참석한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포럼에서 반 총장과 만날 예정이다. 이후 반 총장의 일정인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개회식 참석과 안동 하회마을·경주 방문 등에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함께할 예정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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