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한을 앞두고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여권 주류의 ‘반기문 대망론’ 띄우기에 맞서 야권도 일찌감치 반 총장에 대한 검증에 들어간 모양새다.
◇반기문 흠집내기 나선 野=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4일 반 총장에 대해 “굉장한 권력욕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반 총장이) 최근 1년간 모습만 봐도 (대선을 겨냥해) 움직이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최소한 친박에서 옹립하면 대통령 후보로 출마는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에 나올 수 있는 것도 반이고 안 나올 수 있는 것도 반이고, 야당의 문을 두드린 것도 반이고, 새누리당을 두드린 것도 반이라 모든 게 반이다. 그래서 반 총장이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반 총장의 모호한 태도를 꼬집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안 나올 것 같기도 하다”며 “어쨌든 모호하게 하시는 분 중에 성공하신 분이 없고 모셔올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 절하했다.
반 총장이 ‘과대포장’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민주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코노미스트, 반기문 혹평…행정·통치 모두 실패한 총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올린 뒤 “해외에 나가 뭔가 한자리하면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하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버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62년 이후 반 총장이 취임할 때까지 유엔 사무총장 출신국은 미얀마, 오스트리아, 페루, 이집트, 가나였다”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고 해서 미얀마나 가나의 이미지가 국제적으로 나아진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또 “과거 고건 총리와 비슷하게 본인이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대안 없는 與도 반신반의=총선 참패로 차기 대권 주자들이 줄줄이 상처를 입은 여권이 반 총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야권 유력 주자를 넘어서는 지지율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6∼17일 전국의 성인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자 대결 조사(유무선전화 자동응답·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 응답률 5.1%)에서 반 총장은 38.0%의 지지를 얻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34.4%),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21.4%)에 앞섰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현재 지지율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고건, 안철수, 이회창 등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 1위였던 인사 중 공식 후보가 된 사례가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반 총장에 대한 지지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비정치권 인물을 선호하는 인기투표 성격이 강하다”며 “본격 검증이 시작되고 토론회 등 행보가 본격화하면 지지율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새누리당 의원들은 25일 방한하는 반 총장의 일정에 대거 동참한다. 우선 반 총장이 참석하는 제주포럼(25∼26일)에는 정진석 원내대표와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재영 의원 등이 참석한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포럼에서 반 총장과 만날 예정이다. 이후 반 총장의 일정인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개회식 참석과 안동 하회마을·경주 방문 등에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함께할 예정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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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내기·대안찾기… 野도 與도 반기문에 ‘시선집중’
입력 2016-05-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