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평등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자동차 수리공구제작 전문업체 프론텍의 민수홍 대표가 줄곧 강조하는 인력관리 철학이다. 민 대표는 주로 남성 근로자에게 맡겼던 전문기술직에 여성 근로자를 투입했다. 중소 제조업체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주로 외국인이나 용역, 일용직만 쓰던 자리에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한 것은 회사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20여명의 시간선택제 여성 근로자가 일하면서 회사의 시간당 생산성은 68% 올랐다. 고용기회를 고루 주는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프론텍은 여성은 물론 남성도 근로하기 좋은 조직문화와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 그 결과 회사 자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민 대표는 제16회 남녀고용평등 유공자로 선정됐다.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여성 고용 상황은 열악하다.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54.9%로 비교 대상 34개국 중 27위 수준에 그쳤다. 여성 근로자 중 관리자(임원)에 오르는 비율은 0.41%로 33개국 중 꼴찌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주요 정책 목표로 내걸고 경력단절여성 대책, 남녀고용평등 대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도가 있어도 활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여전히 기업문화나 경영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프론텍 사례처럼 남녀고용평등 정책이 여성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조직 전체를 위한 일이라는 인식이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맥킨지 컨설팅은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조직 건강도를 진단한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일·가정 양립과 기업 경쟁력’ 보고서에서 저성장 시대일수록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 조직의 건강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는 글로벌 대비 평균 55점에 불과했다. 불필요한 야근이나 회의, 업무지시·보고방식, 회식 등 일하는 방식과 조직의 규범준수 정도, 상생협력 노력, 여성 근로여건 등이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직 건강도를 해치는 요소들이 결국 일·가정 양립을 해치는 요소들인 셈이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일·가정 양립을 해치는 근본 요인들을 개선하는 것이 기업의 건강도를 높이고, 결국 지속적인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인사조직학회가 25일 공동 개최하는 일·가정 양립 학술 콘퍼런스에서 발표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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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시대 조직 건강 높이려면 일·가정 양립 저해 요소 없애라”
입력 2016-05-24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