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결과 탈모가 될 확률이 ○○%입니다.”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다른 사람에 비해 피부가 일찍 노화될 확률이 높네요.”
다음달 말부터 이런 식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병원이 아닌 민간 유전자 검사업체에서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민간업체가 검사할 수 있는 항목이 탈모, 피부노화, 혈압, 콜레스테롤, 체질량지수, 혈당 등 12개로 정해졌다.
◇민간 검사 가능 12개 항목 행정예고=보건복지부는 24일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이 직접 실시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항목’을 행정예고했다. 체질량지수 등 12개 검사항목의 42개 유전자를 민간 유전자 검사업체가 직접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민간업체는 의료기관의 의뢰를 받은 경우에만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국회는 지난해 말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을 고쳐 민간업체에도 문을 열어줬다. 사실상 업체가 유전자 검사를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법은 6월 29일 시행된다.
복지부는 행정예고를 통해 민간이 어떤 검사를 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줬다. chr20p11, IL2RA, HLA-DQB1 등 유전자에 의한 탈모 유전자 검사를 허용했고, EDAR 유전자에 의한 모발굵기 유전자 검사도 허락했다. 이밖에 카페인대사, 비타민C농도, 피부탄력, 색소침착, 중성지방농도 등에 대한 유전자 검사도 가능케 했다.
관련 산업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가 수백억원 이상 커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의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 검사기관은 84곳이다.
그러나 확률적 예측에 불과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마치 반드시 일어날 일처럼 과장해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환경이나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는 신체 현상을 100% 유전자에 의한 것으로 호도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검사가 남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지난해 “다수 유럽 국가는 의사를 통한 유전자 검사만 허용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규제를 강화하는 경향”이라면서 신중한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지능, 체력, 폭력성도 유전자 검사로 미리 예측?=이와 별도로 지능, 체력, 폭력성, 호기심, 우울증, 장수 등 19개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의 허용을 복지부가 검토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복지부는 2007년부터 해당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엄격히 금지·제한해 왔다. 과학적 입증이 불확실함에도 무분별하게 유전자 검사가 시행되고 있어 소비자를 잘못된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지만 최근 업계 등에서 해당 규제가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완화를 건의했고, 복지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달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완화를 검토하고 개선이 필요하면 연말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질병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능, 체력 등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허용할 경우 태아 선별이나 사회적 낙인 등 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복지부 신꽃시계 생명윤리정책 과장은 “금지·제한된 검사 항목을 무조건 다 풀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2007년 이후 과학적 근거가 정립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뜻이므로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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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탈모 확률 높네요” “혈당 관리 하세요”… 민간업체도 ‘유전자검사’ 할 수 있다
입력 2016-05-25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