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청에 대한 감사, 누리예산 논란 해소 계기되길

입력 2016-05-24 17:51
감사원이 24일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 17곳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초부터 한 달 정도 실시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편성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법적 의무가 있을 뿐더러 대부분의 교육청에 예산 편성을 위한 재원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이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맞서는 가운데 발빠르게 감사를 실시해 교육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공익적 목적의 정책감사가 아니라 정치적 감사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감사원은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부담토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과 지방재정법 시행령 등이 헌법 및 상위 법률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법률 자문을 거쳐 “헌법이나 상위 법률에 위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령의 위배 여부를 다룰 권한이 없는 감사원이 자문을 통해 내린 해석이 무슨 효력이 있느냐는 지적이 대두된다. 시·도 교육청을 억누르기 위한 수단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누리과정 예산을 짜지 않은 11개 교육청의 재정 여력을 살펴보니 전액 또는 일부 편성이 가능하다고 감사원은 발표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조달할 수 있다고 보는 재원을 두고 해당 시·도 교육청은 가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목적예비비의 경우 학교시설 개선 등 목적이 지정돼 있어 누리과정에 쓰기 힘든 데다 다른 세출예산을 조정할 경우 가뜩이나 압박받는 지방교육재정 건전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태도에서 한발짝도 양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래서는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대립각을 이어가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가용재원이 있는지부터 점검하는 게 옳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첨예한 정쟁거리가 된 지 오래다. 해법은 당사자들 간의 소통이다. 여소야대 정국은 대화와 타협을 더욱 절실히 요구한다. 누리과정 예산 논쟁을 촉발시킨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누리과정은 물론 주요 교육정책들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당장 정부·여당이 누리과정 예산의 해법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지방교육정책 지원특별법은 20대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렵게 됐다.

누리과정 예산이 파행을 겪는 동안 보육대란이 발생하는 등 가장 큰 피해는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을 볼모로 한 소모전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 여야 3당과 정부는 6월 초로 잡힌 2차 민생점검회의에서 해결의 물꼬를 트는 협치의 전범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