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홈런왕 ‘왕좌게임’ 승자는 누가 될까

입력 2016-05-24 21:22

프로야구 홈런왕은 지난 수년간 ‘거포’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의 몫이었다. 2012시즌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31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린 박병호는 이후 4년 동안 홈런왕 타이틀을 독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는 53홈런으로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그랬던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KBO 홈런왕 타이틀은 무주공산이 됐다. 올 시즌에는 그동안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홈런 타자들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달 들어 지난해와 비슷한 타고투저 현상이 반복되면서 홈런 레이스는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뜨거운 선수는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4번 타자로 떠오른 김재환(28)이다. 김재환은 24일 기준 14개의 홈런을 때려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탄탄한 방망이 힘을 바탕으로 ‘걸리면 넘어간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김재환은 이달에만 9개의 홈런포를 가동했다. 그 중 멀티 홈런만 세 차례나 된다. 특히 지난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비거리 140m짜리 장외 홈런으로 연타석 홈런을 장식했다. 이 홈런으로 김재환은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28)를 제치고 홈런부문 단독 선두에 올랐다.

히메네스도 올 시즌 홈런왕 경쟁에 뛰어든 ‘뉴 페이스’ 중 한 명이다. 히메네스는 지난해 70경기에 출전해 11홈런을 기록했다. 거포 유형의 타자라고 보기에는 홈런 개수가 다소 저조했다. 이젠 한국 무대에 적응을 마친 탓일까. 지난달 9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홈런 레이스를 주도했다. 이달에는 4홈런으로 다소 주춤한 듯 보이지만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타격감이 나쁘진 않다.

홈런왕 경쟁에 뉴 페이스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47개의 홈런을 치고도 박병호와 야마이코 나바로(29·지바롯데)에 밀려 홈런 부문 3위에 머물렀던 에릭 테임즈(30·NC 다이노스)가 타격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테임즈는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추가해 13홈런으로 공동2위에 올라 히메네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달에만 8홈런을 기록하며 힘 좋은 타자의 위용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다. 2014시즌 한국 무대에 데뷔해 307경기 97홈런을 기록 중인 테임즈는 프로야구 최소 경기 100홈런 기록까지 넘보고 있다.

이외에도 각 팀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들이 선두 그룹을 맹추격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최준석은 11홈런으로 부문 4위에 올라 토종 거포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최형우(삼성)와 최정(SK), 민병헌(두산)도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아 언제든지 홈런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빅 리거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윌린 로사리오(한화)는 뒤늦게 홈런 개수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지난달에는 단 한 개의 홈런만 쳤지만 이달 들어 8홈런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선두 김재환과는 5개 차이로 ‘몰아치기’ 여부에 따라 새로운 홈런왕 대결 구도를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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