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대박… ‘응답하라 1988’ 닮았네

입력 2016-05-24 19:08
평범한 여자의 코믹하고 짠한 로맨스 드라마 ‘또! 오해영’이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배우 에릭과 서현진(오른쪽 사진), 전혜빈(왼쪽 사진) 등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 탄탄한 연출로 호평을 받고 있다. tvN 제공

시청률 2∼3%대만 나와도 선방이라고 제작진은 생각했다.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스타 배우 대신 다소 낯선 여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방송 시간은 월·화 밤 11시. 외적인 조건은 확실히 열악했다. 하지만 대박이 터졌다. 평범한 여자의 코믹하고 짠한 드라마 tvN ‘또! 오해영’ 이야기다.

‘또! 오해영’은 23일 7회 시청률이 6.6%(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로 시작해 매회 기록을 갈아 치우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올 초 전국을 흔들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과 닮았다. 응팔도 담당 PD가 “망할 것 같다”는 엄살로 시작해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두 드라마 모두 ‘흥행 보증 수표’ 없이 시작해 주인공들을 스타를 만들었다. ‘또! 오해영’의 서현진(오해영 역)은 주연급 배우는 아니었다. 오랫동안 드라마, 영화 등에서 내공을 쌓아왔던 터라 방송가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매력을 발산하며 ‘로코(로맨틱 코미디) 퀸’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남자주인공 에릭(박도경 역)은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있던거야” “들어와 자” 같은 무뚝뚝하지만 섬세하게 챙겨주는 대사로 ‘츤데레’(겉으론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에릭은 그동안 아이돌 그룹 신화 멤버 이미지가 강했고, 단독 주연을 맡기엔 약한 배우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로 배우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응팔’도 비슷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라는 기대감이 있긴 했으나 주연 배우들이 신인급이었다. 결국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이름도 낯설었던 혜리, 류준열, 박보검 등 젊은 신인들은 주연배우로 우뚝 섰다.

주연배우만 사랑받는 게 아니다. 매력적인 조연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도 두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응팔’이 그랬던 것처럼 ‘또! 오해영’ 속 출연진들도 각각 공감 가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40대 미혼여성 박수경 역을 맡고 있는 예지원은 ‘또! 오해영’에서 코미디를 담당하고 있다. 낮에는 똑 부러지는 대기업 이사지만 밤만 되면 머리를 풀어헤치고 늘 취해있다. 정체불명의 프랑스어를 읊조리며 “외계인을 꼭 만나고 싶다”는 엉뚱한 말을 해댄다.

tvN 관계자는 “또! 오해영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 된 배우가 예지원”이라고 전했다. 제정신이 아닌 듯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 역에 예지원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40대 미혼 여성의 아픔을 슬며시 보이면서 공감을 얻고 있다.

악역이 없다는 점도 드라마 매력을 더한다. 전혜빈이 맡은 예쁜 오혜영도 서현진과 삼각관계를 이루고는 있으나 악역은 아니다. 응팔도 악역이 없는 ‘착한 드라마’로 사랑 받았다.

출연진의 캐릭터화, 촘촘한 이야기 전개도 두 드라마의 미덕으로 꼽힌다.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 ‘응팔’의 이우정 작가 모두 예능 출신으로 자신들의 장점을 십분 살렸다. 박 작가는 ‘올드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 등 시트콤으로 실력을 쌓았고, 이 작가는 ‘1박2일’ ‘꽃보다 할배’ 등에서 활약했다.

예능 작가들은 짧은 호흡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데 능하다. 웃음 포인트를 잘 잡아내기 때문에 코미디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일상에서 재미를 찾는 데도 능숙하다보니 시청자들이 공감할만한 대목을 잘 잡아낸다. 두 작가가 예능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드라마에서 만개한 것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