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장미여관’이 두 달 전 새 앨범을 냈다. ‘퇴근하겠습니다’란 곡이 라디오에서 자주 들린다. 생계를 위해 꿈을 포기하고 살아온 직장인을 노래했다. “오래 버텼네/ 이 나이 먹을 동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았네/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버텨왔는데/ 퇴근하겠습니다.” 여기서 ‘퇴근’은 ‘퇴사(退社)’를 뜻한다. “나 이제 행복 찾아 떠나렵니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인생 한번 걸어볼랍니다/ 퇴근하겠습니다.”
배준호씨는 2014년 ‘퇴근’을 했다. 직장생활 7년 만에 사표를 썼다. 매일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나중엔 이런 생각도 못하게 될 것 같아 저질렀다고 한다. 아내와 402일간 25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수제맥주집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김태경씨가 6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차렸는데, 그는 맥주 덕후(특정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였다.
이런 ‘퇴근’을 꿈꾸는 직장인을 상대로 이달 초 ‘퇴사학교’가 문을 열었다. 인터넷에서 수강신청을 받아 ‘퇴사 전 창업하기’ ‘퇴사 후 공부하기(로스쿨편)’ ‘1인 기업 생존기’ 등의 오프라인 강좌를 운영한다. 배씨는 ‘퇴사 후 세계일주’, 김씨는 ‘덕후질로 사업하기’ 과목을 맡고 있다. 나에게 정말 퇴사가 필요한지부터 따져보는 ‘퇴사학개론’은 장수한 교장이 강의한다. 그는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이 학교를 운영하는 벤처회사를 차렸다. 벌써 여러 강좌가 정원을 채워 마감됐다. 취업난과 구조조정의 시대에도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어른이 많은 모양이다.
장미여관의 노래는 중간에 퇴사를 자책하는 대목이 나온다. “나는 바보 같은 남자/ 나 혼자 행복하겠다고/ 그만둔다 말했네.” 퇴사학교에도 ‘퇴사 없이 잘 다니기 위한 기초 스킬’ 강좌가 있는 걸 보면 퇴사가 꼭 정답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에라 모르겠다’ 하는 건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일 것이다. 회사는 전쟁터요 나가면 지옥이라던데, 인생을 걸고 시도하는 ‘퇴근길’에 행운이 있기를. 태원준 논설위원
[한마당-태원준] 퇴사학교
입력 2016-05-24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