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생기를 찾아서

입력 2016-05-24 17:49

양성 혹으로 오진을 내린 의사 때문에 항암치료도 불가한 폐암 환자가 된 반려견과 생활하며, 의사에 대한 원망으로 들끓어 오르는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차분히 실행했다. 반려견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그분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아니라며 면박을 주는 분도 있었지만, 그분이 듣지 않으실지라도 나는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암 판정을 받은 다음날부터 암세포가 싫어하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찌고 삶고 으깨어 먹여주니 자신에게 벌어진 엄청난 일도 모른 채 주는 대로 잘 먹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딱한 마음이 들어 공기 좋은 곳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산자락으로 이사를 했다.

나는 강을 좋아해 집을 볼 때 첫째 조건이 강 조망이 좋은 집이었다. 한강변에 붙은 고가의 아파트가 아니라도 약간 지대가 높거나 지가가 조금 낮은 지역으로 가면 한강 야경이 근사한 아파트가 많아, 이 동네 저 동네 한강 조망이 좋은 곳으로만 이사를 다녔지만 지금은 아이를 위해서도 그렇고 이참에 공기 좋은 곳에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강 조망을 버리고 처음으로 산자락을 택했다.

집을 내놓고 며칠 발품을 팔던 중, 산과 거실이 코가 닿을 만큼 가까이 있어 산 공기를 거실에서 느낄 수 있는 데다 한 달 만에 이사를 갈 수 있다는 집을 딱 만났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집이 바로 팔렸고 아파트를 수리하고 이사하기까지 모든 일이 한 달 반 만에 이뤄졌으니 기도 응답인 것만 같아 너무 감사했다.

아이를 위한 식단이 올바른지 혈액 검사를 하며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암세포는 조금씩 커졌다. 맥이 풀리고 두려웠지만 더 열심히 찾아 먹였다. 그러기를 석 달째. 몇 주 전부터 암세포가 아주 조금씩 작아지는 것이 보였다. 먹거리만으로도 암세포가 작아지다니 정말 기적 같았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의 것을 취하니 치유가 일어났다. 땅에 주신 먹거리에 생명이 있음을, 올바른 섭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하는 기회였다. 이제 이사 온 지 며칠. 좋은 산 공기가 생기를 불어넣을 것을 믿는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