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3일 베트남에 대해 무기수출 금지를 전면 해제키로 결정했다. 1960년대부터 전쟁을 벌인 두 나라가 1975년 종전 이후 40여년 만에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왔기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베트남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베트남 무기금수를 전면 해제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양국 간에 어슬렁거리는 냉전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확산된 양국의 협력관계가 군사부문에서도 한층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2년 전 베트남 무기금수를 부분적으로 해제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충돌에 대비해 완전한 해제를 요구했다. 2014년 중국이 베트남 앞바다에서 일방적으로 석유탐사활동을 벌인 뒤 대립이 격화되면서 이 요구는 더 강해졌다.
국내 일부 정치인과 인권운동가들의 강력한 반대를 고려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은 파격적이다. 이들은 베트남 정부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무기금수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가 미국 국익에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불행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적대국과도 적극적인 화해를 꾀해 새 시대를 연다는 실리외교 전략이 주요한 명분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AP통신은 “당장 베트남으로 많은 무기가 가지 않아도 미국과 베트남이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대중 견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정상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행방안도 협의했다. 베트남 정부는 TPP 이행을 서두르기로 하고 오는 7월 국회에 TPP 비준을 요청키로 했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TPP에 가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도 만났다. 그는 25일까지 사흘간 베트남에 머물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기업의 수출 양해각서(MOU) 서명식에 참석했다. 보잉사가 베트남 항공사에 항공기 100대를 수출하고, 제너럴일렉트릭이 1000㎿ 규모 풍력발전 시설을 세우기로 하는 등 미국 기업이 160억 달러(19조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의 무기금수 전면 해제와 관련해 “베트남이 미국과 정상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촉진시키기를 바란다”고 덧붙여 불편한 구석이 있음을 드러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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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봉쇄’ 손잡은 美·베트남…오바마, 무기금수 전면 해제
입력 2016-05-24 04:30 수정 2016-05-24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