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재인 “친노란 말로 그분을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라”

입력 2016-05-24 04:03
여야 지도부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천정배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뉴시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23일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공식 추도식은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봉하마을에 운집한 수천명의 참배객들은 입을 모아 통합과 정권교체를 말했다. 한 야권 지지자는 주변을 돌아보며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내일 비가 와 더위가 한풀 꺾인다고 하는데 이 열정은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오늘 추도식은 추모를 넘어서 희망을 바라는 자리”라고 말했다.

◇참배객들 입 모아 정권교체=오후 1시 봉하마을은 온통 노란색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참배객들은 노란색 티셔츠, 배지를 착용하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재단이 준비한 노란색 햇빛가리개도 거리마다 넘실댔다. 재단 집계 결과 추도식장에 참석한 인원만 6000여명이었으며 마을 전체 방문 인원은 2만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김해시 집계 결과 나타났다.

추모의 장이자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노란색 모자를 쓰고 노란색 바람개비를 들고 뛰어다녔다. 부산에서 온 김모(34·여)씨는 “총선에서 승리한 뒤 기분이 좋아 가족과 방문했다”며 “대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동영상을 보던 성모(56)씨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권교체”라며 “야권이 힘을 합쳐 새로운 변화가 있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웃으며 “문재인, 안희정 다들 순서대로 하면 좋겠다”면서도 “약자를 대변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주길 원한다”고 했다.

◇문재인 “김대중과 노무현은 하나”=오후 2시 봉하마을 내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씨 등 유족,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무소속 이해찬 의원과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통합”이라고 했다. 분열된 야권을 겨냥해서는 “국민들이 우리에게 바라고 명령하는 것은 하나된 힘으로 불의한 시대를 끝장내고 새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기자들을 만나 “추도식의 콘셉트는 김대중과 노무현은 하나라는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소중한 희망을 키워나가기 위해선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분들, 노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분들이 손잡고 힘을 모아야 된다”고 했다.

이어 “한 가지 더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소망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친노라는 말로 그분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정부·여당 대표로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얼굴을 비췄다. 야권의 ‘잠룡’인 안희정 충남지사도 참석했다.

야권 지도부와 더민주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 이해찬 의원 등은 추모 행사가 모두 끝난 뒤 권 여사와 면담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총선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추도식) 분위기가 좋았다”고 언급했다고 더민주 이재경 대변인이 전했다.

김해=문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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