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길어지는 정진석의 침묵… 쏟아지는 ‘조기전대론’

입력 2016-05-24 04:07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장고(長考)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진 의원들로부터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전권을 위임받았지만 현재로선 취할 카드가 별로 없어서다. 계파 프레임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당 지지율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반원반유’란 말도 나왔다. 당의 자율성을 중요시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 당청 화합을 강조했던 원유철 전 원내대표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는 의미다.

◇고심하는 鄭, 분출하는 조기 전대론=정 원내대표 측 인사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별도의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쇄신 전권을 위임한다는 건 당선인 총회에서 결정된 당론”이라며 “당론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정 원내대표에게 왜 결단을 내리지 않느냐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당론을 변경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된다. 지난 20일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혁신형 비대위로 방향을 틀었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당론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가 고심 끝에 내놓은 인선안을 전국위원회 ‘보이콧’으로 무산시킨 측에서 새로운 안을 가져오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그 전까지 비대위원장을 겸직할지 말지, 비대위원 인선을 수정할지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도 했다. 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움직이기 전까지 먼저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전국위 무산으로 당론은 이미 폐기됐다”며 “당이 비상상황인데 한가하게 절차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당내에선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불을 댕긴 건 당 원로들이다. 지난 21일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박관용 박희태 강창희 국회의장 등 전직 의장단은 정 원내대표에게 전당대회를 최대한 앞당겨 새로 선출되는 지도부에 혁신을 맡기라고 조언했다. 강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무릎을 내리치며 “길어야 두 달짜리 비대위를 갖고 언제까지 싸움만 할 거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지금 원내대표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라며 “‘전권을 위임받은 나의 복안은 이렇다’라고 먼저 치고 나가야 된다”고 했다.

당내에선 정 원내대표가 오는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가 당선인 꼬리표를 떼고 정식으로 당대표 권한대행이 되면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부터 구성해 관련 실무를 일임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현재 정 원내대표가 대외적·정치적으로 당대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당대표 직인을 찍을 수 있는 권한은 원유철 전 원내대표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상경해 여의도 한 식당에서 부대표단과 만찬을 함께했다.

◇26일 제주포럼서 반기문 만날 듯=정 원내대표는 오는 26일 제주포럼에 참석한다. 포럼엔 하루 전 방한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해 개회식 기조연설 등을 하기로 돼 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정 원내대표와 반 총장이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다”며 “행사장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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