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콘서트·칸 영화제 레드카펫 등 여기 가면 다 본다… 네이버 ‘V’앱 관심 폭발

입력 2016-05-24 19:43
네이버 실시간 방송 ‘V’앱에는 199개 채널이 준비돼 있다.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 그룹 방송이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V앱 채널 소개 화면 모음. 네이버 제공

#1. “감독님 ‘뒷담화’를 해달라고요? 감독님 저기 계시는 것 같은데…. 아하하. 못하겠습니다.”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아가씨’의 주인공 하정우, 조진웅, 김민희, 김태리가 지난 15일 프랑스 칸 현지에서 보낸 생방송 한 대목이다.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서 현지 상황과 기분을 전한 15분짜리 미니 토크쇼였다.

#2. “우리가 어제 뭐 먹었냐면, 고기랑 소시지랑 라면 먹었어요. 저녁메뉴 추천 받습니다. 네? 양꼬치래요. 하하하. 여러분, 저희 지금 북유럽에 있어요.” 노르웨이로 여행을 떠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저녁에 뭘 먹으면 좋을지 추천을 받는 7분여짜리 셀프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대체 이런 방송은 어느 채널을 틀어야 나오는 것일까. TV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두 방송 모두 네이버 실시간 방송 서비스인 ‘V’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아가씨’ 주인공들의 생방송은 24일 기준 4만1000여명이 봤고, 저녁 메뉴를 정하는 방탄소년단의 생방송은 48만여명이 클릭했다.

V앱 채널을 가진 연예인들은 집이나 차 안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상부터 콘서트나 쇼케이스, 드라마나 영화 촬영 현장까지 V앱으로 생중계한다. 팬들은 좋아하는 스타의 온갖 모습을 볼 수 있는 V앱에 열광한다. 채팅창을 통해 스타와 팬이 직접 소통할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7월 출범해 10개월 밖에 안 됐는데도 V앱은 스타와 팬이 만나는 독보적인 장(場)이 됐다.



199개 채널, 한 달 사용자 840만명

스마트폰에서 V앱을 다운받은 횟수는 1900만건을 넘어섰다. 한 주 평균 400만명이 V앱을 보고, 한 달 평균 840만명이 이용한다. 채널 수는 23일 기준 199개. 지금까지 V앱 동영상을 클릭한 수는 4억9000건 이상, ‘좋아요’를 누른 횟수는 64억5000건 이상이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지만 해외에서 더 뜨겁다. V앱 통계를 보면 한류 스타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V앱 이용자의 70%는 해외에 있다. 영어, 중국어(간체·번체 버전), 베트남어, 일본어, 태국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 등 9개 언어로 자막이 지원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외 팬들 중에는 ‘우리 오빠가 하는 이야기, 내가 더 잘 번역하고 싶어요’라며 자막 번역을 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2016 빅뱅 월드 투어 메이드 파이널 인 서울’이다. 지난 3월 생중계 된 이 방송은 지금껏 234만여명이 봤다. 가장 인기 있는 채널은 SM타운, 빅뱅, 엑소, 방탄소년단, 제시카, 갓세븐, 트와이스, 몬스타엑스 등이다.



편집 없는 생방송의 위험성

V앱은 생방송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것은 버퍼링을 최소화한 동영상 플랫폼뿐이다. 어떻게 촬영하고 방송을 할지는 스타와 소속사가 결정한다.

콘서트나 쇼케이스 현장 생중계는 전문 장비를 갖추고 찍으며 PD나 촬영감독이 투입된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노르웨이 동영상처럼 스타가 셀프 동영상을 내보내는 일도 많다. 혼자 사는 집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잠들기 직전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밥 먹거나 양치하는 모습까지 생중계하는 식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V앱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그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예능 PD는 “방송에서 재미있게 하려다보면 지나치게 나갈 때가 있다. 그래도 TV는 ‘편집’이라는 거름망이 있지만, V앱은 그럴 수 없다는 게 위험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에서 전문가들이 여러 명 투입돼도 놓치는 부분이 있는데, 비전문가들의 생방송은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인 아이돌그룹의 홍보용으로 V앱이 각광받으면서 걱정 어린 시선이 나오고 있다. 10년 넘게 연예계 홍보 전문가로 일 해 온 A씨는 “홍보 경험 없는 신인들이나 홍보 매뉴얼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규모 기획사에서 생방송으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생방송이 아니라면 막을 수 있는 일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