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에 “법에 앞서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보험금을 계속 지급하지 않으면 과징금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하기로 했다. 앞서 대법원의 보험금 지급 판결에 생보사들이 “소멸시효도 고려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공식 압박에 나선 것이다.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사안은 이미 고등법원까지 지급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기준 소멸시효가 지난 미지급 자살보험금 건수는 2314건이고, 액수는 2000억여원이다.
금감원 권순찬 부원장보는 23일 금감원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당하게 청구된 보험금을 생보사들이 소멸시효를 거론하며 지급을 미루는 건 소비자 믿음에 반한다”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그동안 ‘자살보험금 특약은 표기상 실수’라며 일반보험금만 지급해 왔다. 2001∼2010년 판매된 보험상품 280만건의 재해사망 특약에 자살도 포함돼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 13일 “표기상 실수였어도 자살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인 지난 17일 금감원은 생보사 임원들을 불러 “판결 취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대다수 생보사 임원들이 소멸시효와 관련된 별도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생보사 관계자는 “특약 표기 문제는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렸던 사안이지만, 소멸시효는 2심까지 일관되게 생보사 입장이 인정 받았던 사안이라 우리 입장에서도 배임 문제 등으로 성급하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에서 신속하게 판결을 내리려 한다고 알고 있는데 금감원이 왜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년(2015년 3월 이후에는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청구권이 사라지는 법 조항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 주장대로면 연금, 이자를 일부러 적게 주고 장기간이 지나고 모른 척하면 지급의무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보험금을 고의로 누락하고 알리지도 않은 것이니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소멸시효 판결 이전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 지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대법원이 보험사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미지급 행위에 대한 제재·시정조치는 별도로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성원 김지방 기자 naa@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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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미지급 도덕적으로 용납 못해”
입력 2016-05-23 18:19 수정 2016-05-23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