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며 구조조정에 들어간 국내 조선 3사가 비조선 사업 분야에서 잇따라 손을 떼고 있다. 당장 유동성을 확보해 급한 불을 끄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군살을 빼서 본업인 조선에만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주채권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 이들 조선사의 비핵심 자산 매각은 앞으로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회사 상징’ 본사 사옥도 판다=대우조선해양은 본사 사옥 매각을 위한 최종 협상대상자로 코람코자산신탁을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이 사옥은 지하 5층∼지상 17층 규모로 총 매각대금이 1800억원에 달한다. 매각 후 대우조선은 사옥을 임대해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면서도 “사옥을 매각해서라도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현실을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하도록 촉구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12층 규모의 빌딩 매각을 위해 매각자문사로 라셋파트너스를 선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당산동 사옥의 가치는 400억∼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밖에도 2000억원 규모의 마곡산업단지 부지 처분을 서울시와 함께 진행하면서 총 4000억원대의 추가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골프장 및 연수원을 운영하는 자회사 에프엘씨(FLC)와 두산엔진 등 보유주식 매각을 통해 3500억원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도 비조선 부문의 일부 사업부서를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부문 내에서 조선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를 별도 회사로 독립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분사 뒤에는 일단 현대중공업의 자회사가 되지만 순차적으로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에는 산업용 펌프를 제작·판매하는 산업기계 부문을 현대중공업 터보기계로 분사했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알짜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설도 꾸준히 나온다. IPO를 통해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보유주식을 팔아 약 1조원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삼성호텔 매각, 두산엔진 지분 전량 매각 등을 통해 220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부터 수원사업장, 당진공장, 사외기숙사 매각을 통해 총 1000억원을 조달했다.
◇해외 풍력발전 사업도 철수=조선 3사는 경쟁적으로 진출했던 해외 풍력발전 사업도 접고 있다. 이들 3사는 2007년을 전후해 대형 선박을 움직이는 엔진과 날개 제조기술이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에 적용될 수 있어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유가 하락으로 적자만 쌓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초부터 풍력용 기어박스를 생산하는 독일 야케법인에 대한 사업정리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에 풍력발전단지 4곳을 보유한 자회사 드위드의 풍력발전단지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독일 함부르크에 있던 풍력 연구·개발센터를 프랑스 알스톰사에 넘겼고, 지난해 11월에는 스코틀랜드에 설치했던 7㎿급 해상풍력발전기 시제품을 영국 ORE사에 매각했다.
◇포트폴리오 합종연횡 가능성은=정부는 조선사 간 빅딜(통폐합)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특수선(방위산업) 부문을 떼어내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빅딜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단 특수선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특수선 부문은 전투함과 잠수함 등을 생산하며 이 분야에서 국내 최다 수주, 최초 수출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업체 방산 부문과의 통폐합 이야기는 이전부터 제기됐다.
이밖에 조선 부문의 빅딜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각 사는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서로 다르다. 현대중공업은 상선,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분야가 주력으로 평가된다. 잘하는 것을 중심으로 빅3 간 사업 주고받기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관련기사 보기]
☞
☞
☞
☞
☞
“배만 만들겠다”… 조선 3사 ‘군살 빼기’ 가속화
입력 2016-05-23 18:50 수정 2016-05-23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