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히잡 쓰느니 남자 될래”… 이란 여성들 남장운동

입력 2016-05-24 04:31
남성처럼 머리를 짧게 자른 이란의 한 젊은 여성이 바지 차림으로 야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이스북

대부분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여성이 외출할 때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 ‘히잡’ 착용을 의무화한다. 그런데 최근 개혁·개방의 흐름을 타고 있는 이란에서 히잡 의무화 지침을 두고 당국과 젊은 여성 사이의 줄다리기가 치열하다. 이란 거리에는 여성의 복장을 단속하는 ‘도덕경찰’이 있다. 그런데 젊은 여성들이 이들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성처럼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서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최근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SNS에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하자 모델 등 패션업계 관계자 8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한 모델은 국영TV에 히잡을 쓰고 나와 공개 사과하는 굴욕을 당했다.

사복을 입은 도덕경찰의 복장 단속도 한층 강화되며 당국의 탄압이 거세지자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유행은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성은 당국에 저항하는 의미로 남성처럼 머리를 짧게 자른 채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야외로 나선다. 이란에서는 이슬람 규정에 따라 여성이 반소매 티셔츠나 종아리가 드러나는 치마를 입을 수 없다. 남성에게 적용되지 않는 규정을 거부하는 의미로 여성들이 남성인 척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에서 이란의 여성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이란 출신 언론인 마시흐 알리네자드는 “심각한 문화전쟁”이라며 “젊은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인 머리카락을 자르면서까지 당국과 맞서야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