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청문회 개최 요건을 완화한 국회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에 ‘올인’했다. 야당이 무분별하게 청문회를 열자고 요구하면서 국회 및 행정부 마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 법을 막기 위한 또 다른 개정안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위헌 소송을 해본들 하세월”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재의 요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도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각종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상임위원회 청문회 개최를 남발하거나 또 다른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을 때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상임위뿐 아니라 본회의 파행이 반복돼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민 대변인은 미국에서도 상임위 중심의 청문회가 활성화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에는 우리에게 있는 국정감사는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청문회의 목적, 범위를 명문화해서 청문회가 정쟁으로 악용되는 일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신중하게 대응하는 대신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 반대에 총대를 멘 모양새다. 여권에서는 야당의 행정부 견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박근혜정부 임기 후반 원활한 국정 운영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청문회가 대여(對與) 공세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야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국회 운영위와 법사위 회의록을 검토해보니 관련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당은 법안 심사 단계에선 제동을 걸지 않았던 새누리당이 뒷북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법안은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로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한 다음 날인 지난해 7월 9일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를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통과했다. 법사위도 문제없이 통과했다.
지난 3월 당시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을 수정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청문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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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마다 남발, 정쟁 악용 우려” 與, 상시청문회법 막기에 올인
입력 2016-05-23 18:11 수정 2016-05-24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