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오바마’ 벨렌, 오스트리아 극우 대통령 저지

입력 2016-05-23 18:33 수정 2016-05-24 00:46

오스트리아 대선 결선투표 결과 친유럽 성향의 녹색당 대표 출신 무소속 후보 알렉산데르 판 데어 벨렌(72·사진)이 승리했다.

고령의 환경보호주의자와 40대 극우 성향 포퓰리스트의 대결로 주목받았던 이번 선거에서 ‘오스트리아의 트럼프’라 불렸던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유럽연합(EU) 최초 극우 성향 대통령 탄생은 저지됐다.

영국 BBC방송은 23일(현지시간) 투표 직후 공개된 집계 결과에서는 호퍼가 51.1%, 벨렌이 48.1%를 기록해 호퍼가 우세했으나 부재자 투표 70만여장을 합산한 결과 벨렌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자유당의 호퍼가 50.1%, 벨렌이 49.8%를 득표하는 것으로 나타나 마지막까지 누구도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번 대선은 난민과 경제 문제가 주요 이슈였다.

난민 유입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여론은 극명하게 나뉘어졌고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느끼는 경제 붕괴의 위기감도 팽배했다. 결선투표율은 72%까지 치솟았다.

벨렌은 무소속이지만 몸담았던 녹색당의 지지를 받아 지난달 24일 열린 1차 투표에서 21%를 득표해 2위로 결선에 참여했다. 강한 통일 유럽연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유럽의 오바마’라 불렸던 인물이다.

오스트리아는 총리 중심의 내각제다. 총리가 실권을 장악하고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한다. 임기 6년 동안 총리·각료 임명과 의회 해산, 군 통수권한 등 제한된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호퍼가 근소한 차로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이번 선거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영국 가디언지는 “극우 정당이 활약하는 모습은 중도정치가 끝을 향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