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이단 中 텅쉰 공동창업자 “문맹 할머니 교육열이 나를 깨워”

입력 2016-05-23 18:37

“할머니는 글도 몰랐지만 항상 다른 사람에게 친절했고 베풀려고 했다. 할머니의 친절함과 자선은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화려한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교육이 중요하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계셨던 분이다.”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 텅쉰의 창업 5인방 중 한 명인 천이단(45·사진). 그는 22일 홍콩에서 세계 최대 규모 국제교육상인 ‘이단상’ 출범식을 갖고 교육 자선사업에 뛰어든 것은 할머니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둥성의 작은 도시 후이저우에서 태어난 천이단이 학교에 대한 첫 기억은 이른 새벽 할머니의 모습과 연결돼 있다. 천이단은 “매일 아침 할머니는 달걀을 익히고, 학교 가라고 재촉하면서 무척 바빴다”고 회상했다.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눈에서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아주 어려서부터 공부를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강조했다”고 말했다.

천이단의 할머니는 문맹이었다. 하지만 천이단의 아버지를 대학까지 보냈다. 대학 졸업 후 천이단의 아버지는 도시에 정착했고 덕분에 천이단도 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할머니의 교육이 아버지의 인생을 바꿨고, 그런 아버지의 인생이 내 인생도 바꿨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2012년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천이단이 자선사업에 전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이 즈음이다. 천이단은 마화텅 등 선전중·선전대학 동창과 만든 텅쉰을 2013년에 나와 교육 자선사업에 몰두한다. 그리고 3년 계획 끝에 탄생한 것이 자신의 이름을 딴 ‘이단상’이다. 그는 “중국 대학 시스템을 혜택을 받은 만큼 이단상을 통해 사회에 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단상은 금액 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라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천이단이 25억 홍콩달러(약 3811억원)를 출연한 이단상은 연구와 교육 발전 두 분야 수상자에게 각각 3000만 홍콩달러(약 45억원)를 수여한다. 상금 중 절반은 현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프로젝트 펀드 형식으로 투자된다. 첫 수상자는 내년 9월에 나온다.

선전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천이단은 난징대에서 법학 석사를 마쳤다. 천이단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교육이 사회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2009년 400만 위안(약 7억원)을 투자해 중난정법대에 우한대학을 설립했던 천이단은 지난해 20억 위안(약 3604억원)을 출연해 우한대를 비영리 사립대학으로 독립시켰다.

천이단의 첫 기부는 사실 자발적인 게 아니었다. 선전 시정부가 텅쉰에 시골학교로 보낼 중고 컴퓨터를 기증해 달라고 해서 응했을 뿐이었다.

천이단은 “처음에는 투자 기회로서 교육을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자선사업으로서 교육에 집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억9200만 위안(526억원)을 기부해 중국에서 기부 1위로 꼽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