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 거장, 유럽 완전정복 나선다

입력 2016-05-24 04:02
펩 과르디올라가 23일 독일 뮌헨 시내 마리엔플라츠 광장의 발코니에서 바이에른 뮌헨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과르디올라가 지난 22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독일축구협회컵(DFB포칼) 우승을 확정한 뒤 만감이 교차한 듯 눈물을 쏟은 모습. AP뉴시스

독일축구의 명장 유프 하인케스가 지휘한 바이에른 뮌헨은 압박공격을 구사하는 팀이었다. 상대를 강하게 몰아세우며 전방으로 질주하고, 여의치 않으면 발 빠른 자원을 활용해 측면을 치고 나가는 방법, 포화를 뚫고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독일전차’처럼 힘과 속도, 조직력을 활용하는 한 압박공격. 가장 뮌헨다운 전술이었다.

하인케스가 은퇴한 2013년 6월까지 뮌헨의 대형은 오직 공격만을 위해 짜여졌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아르엔 로번부터 최후방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간격이 멀었다. 골문에서 수비 포백라인까지 거리는 평균 36.1m. 수비진은 방어하면서 전방으로 패스하고, 공을 받은 공격진은 돌격하는, 각 포지션에 충실한 대형이었다.

펩 과르디올라가 그해 여름 뮌헨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공격수와 수비수 간격을 좁히는 것이었다. 수비진은 무려 7m나 전진했다. 포백라인이 늘어선 곳은 골문에서 43.5m 떨어진 지점이었다. 뮌헨은 독일에서 골문을 가장 멀리 두고 방어하는 팀이 됐다.

돌격보다는 공 점유율에 집중했다. 촘촘해진 간격에서 패스 성공률을 높였다.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아코디언 주름처럼 대형을 순식간에 좁히고, 네트를 넘나드는 탁구공처럼 패스를 탁탁 주고받는 공격축구는 하인케스식 축구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현란하고 화려한 축구, 골을 많이 넣는 축구, 그래서 재미있는 축구. 그게 바로 과르디올라의 ‘티키타카(Tiqui-taca)’다.

과르디올라는 ‘토털 사커(Total soccer)’ 창시자 요한 크루이프의 애제자였다. 1980년대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있던 과르디올라는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를 발견한 사람이 당시 바르셀로나 1군 감독 크루이프다. 지능적이고 기술적인 과르디올라의 재능을 발견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발탁했다.

선수시절은 별로 화려하진 않았다. 중세부터 마드리드 왕정으로부터 독립을 시도한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출신인 그는 바르셀로나의 영웅이었지만 전국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뒤 2001년까지 10년간 출전한 스페인 대표팀 경기는 50회를 넘지 않았다.

본격적인 주목을 받은 시기는 바르셀로나 사령탑에 오른 2008년부터다. 과르디올라는 스승으로부터 완벽하게 전수받은 토털 사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집대성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하나의 판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토털 사커의 공간 장악을 바탕으로 공이 있는 곳에서 수비를 시작했고, 15회의 패스로 상대 조직력을 무너뜨렸다. 그렇게 가장 강력한 티키타카를 완성했다.

그의 사령탑 데뷔 시즌부터 파장이 일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코파 델 레이(국왕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모두 쓸어 담고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바르셀로나에 있었던 2013년 6월까지 프리메라리가 3연패,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이끌었다.

강력한 수비와 조직력을 활용한 독일도 그의 전술을 전수받기 위해 과르디올라를 불렀다. 뮌헨은 과르디올라의 지휘 아래에서 분데스리가 사상 첫 4연패 대업을 이어갔고, 올 시즌 독일축구협회(DFB포칼)까지 더블(2관왕)을 달성했다. 지난 22일 라이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승부차기(4대 3)로 제압하고 우승한 DFB포칼 결승전은 그의 고별전이었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과르디올라는 이제 3번째 유럽 빅 리그 타이틀에 도전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위로 밀리며 대대적인 팀 리빌딩에 돌입한 맨체스터시티(맨시티)는 다음 시즌 지휘봉을 과르디올라에게 맡겼다. 벌써부터 일카이 권도간(도르트문트) 등 슈퍼스타들이 그의 지목을 받고 맨시티로 옮길 것이라는 루머가 떠돌기 시작했다.

“크루이프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축구를 알지 못했다.” 과르디올라는 지난 3월 24일 별세한 크루이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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