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남권 신공항, 5년 전 판박이 될까 저어된다

입력 2016-05-23 19:15
다음달로 다가온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영남이 두 동강났다.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과 밀양을 선호하는 대구 울산 경남·북으로 패가 나뉘어 지자체의 운명을 건 유치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필요성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제기돼 왔다. 김해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대한 공감대는 이루어졌다고 본다.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에서 신공항 건설을 적극 추진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때마다 경제논리를 도외시한 지역이기주의에 휘말려 실현되지 못했다.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제2의 국가 관문 역할을 해야 할 영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이 지자체 간 밥그릇싸움으로 과열되자 이명박정부는 2011년 아예 이 사업을 백지화시켰다. 그러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공약으로 내세워 지금에 이르렀는데 그때 그 모습이 똑같이 재연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약속 파기 공방으로 비화하며 최고조로 치닫는 중이다. 신공항 관련 5개 광역단체는 지역갈등으로 신공항 건설이 무산된 5년 전 전철이 되풀이되지 않게 외국 기관에 1년간 용역을 맡기고, 그 기간에 유치 경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막상 용역 결과 발표 시기가 임박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유치전에 다시 불을 댕겼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을 걸었다. 이에 대구 울산 경북 경남 4개 시·도지사는 지난주 밀양에 모여 부산시가 약속을 파기했다며 서 시장을 압박했다. 부산시는 부산시대로 지난 총선 때 여권 실세가 대구 유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며 먼저 약속을 깨지 않았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정이 돼도 일장일단이 있다. 가덕도는 항공 소음으로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항공기 운항이 금지된 김해공항과 달리 24시간 운항이 가능하고 향후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 밀양은 영남권 주요 도시에서 1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인 데다 태풍 등 자연재해 가능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두 곳 모두 신공항 입지로 손색이 없는 셈이다. 그런 만큼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경제성과 발전성 등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선정의 유일한 잣대로 삼아야 한다. 이것만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치권이 나설 경우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증폭되기 십상이다. 십중팔구 표만 의식해 지역 이익을 국가대계에 우선할 공산이 크다. 관련 지자체가 동의한 이상 절차상 결정적 하자가 없다면 외국 기관 용역 결과대로 추진하는 게 순리다. 국가 주요 사업이 지역이기주의에 발목을 잡혀 무산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