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가’ 이중섭과 박수근부터 요즘 가장 핫한 단색화가 박서보와 이우환까지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빼놓을 수 없는 대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인사길 노화랑은 ‘한국 근·현대미술 11인’ 기획전을 31일까지 갖는다. 억대까지 비싼 가격에 작품이 팔리는 ‘블루칩’ 작가 11명의 출품작 17점으로 총 보험평가액만 100억원에 달한다.
11명의 작가를 1945년 광복을 기점으로 나눴다. 광복 이전 미술 공부를 하고 활동한 작가들은 근대로, 광복 이후 미술대학을 나와 60년대부터 활동한 작가를 현대로 구분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도상봉 오지호 5명은 근대 화가로 모두 작고했다. 6명의 현대 작가 중 윤형근을 제외하고 정상화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김태호는 생존해 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중섭 작품은 풍경화가 걸렸다. 1950년대 서울 정릉의 한적한 마을 풍경을 연필이나 철필 끝으로 눌러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수채나 유채를 칠한 작품이다. 소박하지만 깊은 거장의 숨결이 느껴진다. 박수근의 1960년대 작품 ‘여인’은 가난과 질곡 속에서도 생활력을 잃지 않은 여인의 강인한 의지가 돋보인다.
지난 4월 홍콩 경매에서 48억6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최고가를 경신한 김환기의 1970년 작품 ‘2-V-73’이 눈길을 끈다. 김환기는 1963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명예상 수상 직후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추상세계를 일구었다. 품격 있는 정물화와 풍경화를 그린 도상봉의 ‘향원정’, 이국적인 느낌을 표현한 오지호의 ‘함부르크항’도 나온다.
단색화는 이우환의 ‘바람’, 정상화의 ‘74-ㅁ-1’, 하종현의 ‘접합’, 윤형근의 검은색 작품, 김태호의 ‘내재율’을 선보인다. 한국 고유의 단색 미학을 엿볼 수 있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미술 애호가들에게 대가들의 작품을 한 점 한 점 빌려 모아 마련한 전시”라며 “한국 근·현대미술의 경향과 위상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02-732-355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출품된 17점 보험액만 100억… ‘한국 근·현대미술 11인’ 기획전 노화랑서 31일까지
입력 2016-05-24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