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보스’(끝판대장)의 위세가 대단하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사진)이 엄청난 회전력을 가진 속구와 더욱 예리해진 슬라이더로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도 평정하고 있다.
오승환은 올 시즌 21경기에 등판해 1승6홀드를 올렸다. 평균자책점이 1.19에 불과하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 0.75,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도 0.8이다. 팀 내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평균자책점 2.57, WHIP 1.79)보다 더 좋다. 특히 로젠탈이 많은 볼넷 때문에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이 1.83밖에 되지 않지만 오승환은 4.43이나 된다.
오승환의 탈삼진 쇼 비결은 공의 회전력이다. 오승환의 평균 구속은 시속 148㎞로 메이저리그 평균인 149㎞에 못 미친다. 그런데 오승환의 속구는 분당 평균 2320회 회전한다. 메이저리그 평균(2241회)보다 79회 더 많다. 회전수가 높은 공일수록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다. 공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타자 입장에선 종속이 빠르고 떠오르는 느낌을 준다. 바로 이를 팬과 선수들은 ‘돌직구’라고 부른다.
이렇게 공 회전력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엄청난 악력 때문이다. 그리고 공을 잡는 방식도 다르다. 마치 집게로 공을 잡는 것처럼 손가락 악력으로 공을 쥐고 던진다. 구체적으로 오승환은 엄지와 집게손가락, 가운데 손가락만 이용해 공을 잡는다. 손가락을 펴지 않고 세우는 그립을 가지고 있다. 손바닥과 공 사이에 공간이 남는 구조다. 오승환은 이런 그립과 악력으로 공에 강력한 스핀을 걸기 때문에 회전력이 많다.
회전력 높은 속구와 함께 더욱 예리해진 슬라이더는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오승환이 던진 전체 투구의 20.4%는 헛스윙이 됐다. 20이닝 이상 던진 불펜 투수 가운데 1위다. 오승환은 지난해 일본에서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283이나 됐다. 그런데 올 겨울 슬라이더를 더욱 연마해 빅리그에서 슬라이더 피안타율을 0.042로 크게 낮췄다.
오승환은 이제 팀 내 임시 마무리 후보로 꼽히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23일(한국시간)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로 사용 가능한 옵션”이라고 보도했다. 로젠탈은 지난 2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홈런을 맞는 등 크게 흔들렸다.
마이크 매서니 감독은 “로젠탈에게 휴식을 주겠다”며 “세이브 상황이 되면 오승환이나 케빈 시그리스트를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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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3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