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의 올해 황금종려상은 영국의 노장 감독 켄 로치(80)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에 돌아갔다. 한국 영화로는 4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수상에 실패했다.
22일(현지시간) 저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69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로치 감독이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대표적인 좌파 성향의 감독인 로치는 평생 노동자와 서민의 삶에 천착한 영화를 만들어 왔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평생을 목수 일을 하다 건강 악화로 일을 못하게 된 주인공이 실업보험을 받으려고 애쓰는 과정을 그렸다. 이를 통해 영국의 관료주의와 복지제도의 맹점을 비판했다.
로치 감독은 무대에 올라 “우리가 사는 세계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우리를 파국으로 몰고 갔던 신자유주의에 의해 추동된 긴축정책이라는 위험한 프로젝트에 사로잡혀 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로치 감독은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지 10년 만에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의 칸영화제 입성은 무려 18번째. 2014년 ‘지미스 홀’로 칸영화제에 참가하면서 “마지막 극영화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으나 아직 할 말이 많다는 이유로 은퇴를 번복했다. 그는 이번이 진짜 은퇴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캐나다의 자비에 돌란(27) 감독이 연출한 ‘단지, 세상의 끝’이 차지했다. 감독상은 ‘바칼로레아’를 연출한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와 ‘퍼스널 쇼퍼'를 출품한 프랑스의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공동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영국 출신 여성 감독인 앤드리아 아널드의 ‘아메리칸 허니’가 받았다.
남녀 주연상은 아시아 배우에게 돌아가 눈길을 끌었다. ‘세일즈맨’에서 열연한 이란의 샤하브 호세이니가 남우주연상을, ‘마 로사’에서 연기력을 자랑한 필리핀의 재클린 호세가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각본상은 ‘세일즈맨’의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받았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세 번째 수상을 노렸으나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대신 류성희 미술감독이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는 벌칸상(Vulcain Prize)을 수상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英 거장 켄 로치, 두 번째 황금종려상 칸영화제 폐막
입력 2016-05-23 18:35 수정 2016-05-23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