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뛰어난 성악가를 많이 배출한 나라입니다.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재능 있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은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내 역할입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5)가 29일까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경기 리카로드 무티 아카데미’를 위해 내한했다. 23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최근 세계무대에서 작곡가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오페라가 공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개탄스럽다. 신예 음악가들에게 이탈리아 오페라의 올바른 전통과 본질을 알려주고 싶어서 아카데미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시카고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무티는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 안토니노 보토(1896∼1985) 등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을 잇는 지휘자로 꼽힌다. 세계 오페라의 종가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을 20년 가까이 역임하기도 했다. 뛰어난 통솔력과 카리스마의 소유자이지만 ‘성악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연출도 휘어잡는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아카데미를 설립했고,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라벤나 페스티벌과 함께 베르디 오페라 ‘팔스타프’로 제1회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당시 오디션을 거쳐 소수정예의 아카데미 수강생이 선발됐는데, 지휘 분야 중 그의 눈에 띈 일본 여성 야시마 에리나는 시카고 심포니 부지휘자로 발탁되기도 했다. 올해는 7월 23일∼8월 5일 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로 2회 아카데미가 개최된다.
그는 “오페라가 한국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아카데미를 통해 내가 또 다른 씨앗을 뿌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아카데미는 경기도문화의전당 제의로 성사됐으며 지난 3∼4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 ‘라트라비아타’를 대상으로 오디션 응모를 받았다. 59명이 지원해 3차에 걸친 심사 끝에 지휘 부문 3명, 성악 부문 9명(테너 3·소프라노 3·바리톤 3), 오페라 코치 부문 3명 등 15명이 아카데미 수강생으로 선발됐다. 중국 지휘자 1명을 빼곤 모두 한국 국적이다. 대부분 해외 콩쿠르 수상자이며 이미 프로 무대에서 활동한 경우도 적지 않다.
무티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2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두 차례 공연을 갖는다. 27일에는 슈베르트 교향곡 4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이 연주되며, 29일에는 ‘라 트라비아타’ 하이라이트 콘서트가 펼쳐진다. 29일 공연에는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지휘자와 성악가로 참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10억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아카데미가 지속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인 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의 강력한 의지로 성사됐지만 최근 경기도문화의전당이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중 폐지 대상으로 꼽히는 등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티 인터뷰에 동석한 정 사장은 “아카데미의 지속 여부는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원=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리카르도 무티 “신예 음악가에 오페라의 전통과 본질 알려줄 것”
입력 2016-05-23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