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의 여행주간과 서울시의 환대주간으로 시작된 5월의 관광산업 체감경기는 비교적 양호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중국의 노동절과 일본의 골든위크가 겹치면서 최대 관광 성수기를 보낸 결과다.
특히 중국의 단체관광객인 아오란그룹과 중마이그룹 임직원 포상 관광객이 한국을 찾으면서 서울은 북새통이었다. 그들의 치맥 파티와 삼계탕 파티가 세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 삼성동의 영동대로에서 벌인 글로벌 마이스문화 축제는 국내외 관광객 150만명을 운집시키는 거대한 콘서트장을 연출했다.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모처럼의 긴 연휴를 만끽한 전국의 관광지와 휴양지 등 내수 관광시장도 호황이었다.
관광업계는 이 활기가 그대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고, 기대도 남다르다. 이 바람과 기대가 예년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근래 관광업계가 기억하는 봄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의 세월호, 2015년의 메르스가 모두 봄의 절정에 핵주먹을 휘두르면서 공포와 두려움을 안겼다. 연이어 만신창이가 된 관광업계는 그럼에도 주눅 들지 않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다시 성수기를 맞았으니 올해 예상 목표인 1600만 외국인 관광객을 제대로 맞을 준비만 남은 셈이다.
때마침 정부의 관광진흥책과 서울시의 혁신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동력과 자양분이 되고 있다. 관광산업의 굴절이 우리나라 전체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는지 몸으로 체감한 덕에 실효적 정책과 감성 프로그램으로 시야를 넓혔다. 2000만 관광객 시대를 앞당기겠다며 수치에만 함몰됐던 업계도 호흡조절을 통해 맷집을 늘렸다. 메르스가 우리에게 던져준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우리 업계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마땅찮고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관광객들의 지적을 애써 외면했다. 쇼핑 외에는 돈을 쓰고 싶어도 쓸 곳이 없다는 푸념을 허투루 들었다. 외래 관광객 2000만명 시대가 눈앞이라면서 머릿수를 늘리는 일 외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대신 세계 관광 10대 도시라는 서울의 현장에는 불법과 탈법에 바가지요금 같은 얕은 상혼이 판을 치고 있었다. 품질관광, 창조관광, 문화관광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 듯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 결과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고, 일본에서 쓰는 돈도 우리나라의 1.5배나 된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지난해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26조원을 쓴 반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쓴 돈은 14조원에 머물렀다. 관광대국을 지향하는 우리 관광산업의 현주소가 관광수지 적자폭만 늘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관광산업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외면하는 꼴이 된다. 마침 정부가 불법, 탈법 등에 칼을 빼들었고, 서울시가 올해를 서울관광 혁신의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관광객들이 느끼는 불편하고 부당한 일들을 척결하기로 했다. 이른바 3무3강책이다. 불편, 불신, 불만 요소를 환대, 배려, 콘텐츠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업계 역시 자정 노력을 통해 공생과 상생에 기반을 둔 자강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2000만 관광객이 눈앞에 있지만 파이만 키우다가 미래를 잃느니 1000만명에 머물더라도 그 1000만명이 또 다른 1000만명을 불러들이는 지속 가능한 관광품질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관광대국의 토대 마련을 위해서는 엄격한 의미에서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업계를 대표하는 서울특별시관광협회가 그 시작점에서 방법을 찾고 앞장설 것이다.
남상만 서울시관광협회 회장
[기고-남상만] 관광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
입력 2016-05-23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