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정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과 ‘온실가스(탄소)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국무조정실이 탄소배출 컨트롤타워를 담당하고 기재부가 배출권 할당 관련 정책을 수립·조정하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집행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그러나 벌써부터 온실가스 감축 업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탄소배출권 할당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기재부의 전문성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환경부를 빼고는 기재부 등 경제부처가 탄소배출권 할당과 거래 업무를 맡게 되면서 환경보다는 재정 측면에서 탄소배출권 정책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는 배출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부처 간 중재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지난 2월부터 기후환경정책팀과 별도의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관련 업무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환경전문가는 물론 소관기관이 없어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기재부 관계자는 “환경부 쪽에 전문인력 파견을 요청했지만 지원자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더구나 환경부나 산업부는 탄소배출권 관련 소관기관들이 있지만 기재부는 소관기관이 없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일단 정부는 환경부에서 배출권 담당 업무를 보던 인력들을 다음 달 1일자로 기재부에 4명, 소관부처에 각각 1명씩 투입한다. 환경부의 소관기관인 환경관리공단은 기재부 요청에 따라 위탁 방식으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22일 익명을 요구한 탄소배출 관련 전문가는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만 기재부가 어깨너머로 배우는 수준밖에 더 되겠느냐”면서 “시장활성화 역할 정도의 기대만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탄소배출권 총 거래량은 지난 19일 현재 108만1629t이다. 정부 할당량 5억4300t의 0.2% 수준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자체가 재정 위주로 운영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업무를 주관해 온 환경부의 역할은 줄어들었다. 환경부로선 지난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장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까지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업무까지 내놓게 됐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환경은 뒷전이 될 것”이라며 “환경문제가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대로 산업부의 역량은 강화됐다. 탄소배출권 대부분이 할당된 게 기업이라는 점에서 산업부는 업무가 늘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탄소배출권 거래의 주도권을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각 부처가 부문에 대한 계획을 세우도록 위임이 된 건데 우리는 산업 분야 내에서 기업뿐 아니라 발전 분야에 대한 로드맵을 자체적으로 수립하는 것”이라며 “업무가 순증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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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탄소배출권 업무 내달부터 기재부로 옮긴다는데… ‘전문성 부족·환경 뒷전’ 우려 목소리
입력 2016-05-23 04:02